여야 의원들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를 난타했다. 청문회에 앞서 주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의혹을 폭로하며 비판 여론몰이를 하던 것과 달리 이날은 새누리당 의원들도 가세해 현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문제 삼아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현 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청문회 밖에서도 여야가 다르지 않아 자격 논란이 낙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므로 의원들의 제동 수단은 제한적이다.
여야 '의혹 백화점'에 집중포화
이날 청문회에는 ▦논문 표절 ▦아들의 병역 특혜 ▦부동산 투기 ▦업무추진비 유용 등 그 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이 모두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우선 "7편의 논문을 보면 타인의 논문 훔치기, 자기 논문 베끼기, 짜깁기 등 표절 백화점"이라며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더욱이 한양대에서 퇴임하기 직전 연구비를 수령하기 위해 급하게 발표한 논문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 후보자는 "지금으로 보면 표절"이라고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과거엔 표절 기준이 느슨했고 지금과 달랐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 후보자 장남의 병역 기피 의혹을 파고 들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고3 때 100kg이던 아들의 체중이 1년 만에 13kg 늘어 4급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이 됐는데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린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현 후보자는 "아무 잘못이 없는 자녀에게까지 그런 헛된 누명을 씌운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두둔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현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도 매섭게 제기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1986년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일대에 아파트 투기 광풍이 불 때 현 후보자는 2년 반 동안 아파트를 2차례 사고 팔면서 4,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동대문구 장안동에 1평짜리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며 앞서 제기된 '알박기 의혹'을 추궁했다.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현 후보자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1억 7,000여만원 중 97%를 술값과 밥값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또 "위원장 재직시 특강을 통해 5곳에서 100만원 안팎을 챙겼는데, 40만원 이상의 강의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퇴진하라" 여야 한 목소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현 후보는 인사청문 대상자가 아니라 사법 처리 대상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그 정도로 투기하고 논문을 표절했으면 그 자체만으로 여기서 더 이상 진도 나갈 필요 없이 그만둬야 한다"고 압박했다. 현 후보자가 여야 의원들의 추궁에 물러서지 않고 해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현 후보자는 업무추진비 유용 추궁에 대해"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생선도 잘 먹지 않는다"고 의혹을 일축하다가 "좀 더 진지하고 공손하게 답하라"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적을 받았다.
한편 민주당은 현 후보자가 지난 5월 청와대에 들어가 북한인권 관련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만나 민간인 불법사찰 조사를 조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 후보자는 민주당 송호창 의원의 이 같은 질의에 "청와대를 나올 때 하 실장이 '(직권조사를) 하고 있죠'라고 물어서 '예'라고 간단히 얘기했다"고 답변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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