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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닦달하더니… 부진 학생 재교육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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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닦달하더니… 부진 학생 재교육 부실

입력
2012.07.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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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 들어 전수조사로 바뀌어 매해 1회씩 총 5번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는 학생들의 학업수준을 평가하고, 부진 학생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학교들은 미리 모의고사를 보고 0ㆍ8교시 수업을 하는 등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닦달하지만, 정작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은 흐지부지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이 돼도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교과 보충수업으로 학생들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성적표 나오면 돌볼 사이 없이 졸업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08년 7.2%, 2009년 4.8%, 2010년 3.7%, 지난해에는 2.6%였다. 초6ㆍ중3ㆍ고2 학생 전원이 치르는 일제고사는 2009년까지 2학기에 실시했고, 성적표는 12월에 나왔다. 시험을 치른 초ㆍ중학생은 성적표를 받자 마자 졸업이어서 뒤처진 아이들에게 뭔가 해볼 시간조차 없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10년과 지난해에는 7월, 올해는 6월에 시험을 치러 성적표 나오는 시기가 9월로 앞당겨졌지만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학력 향상을 추적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여전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해당 학교에서 전 학년에 걸쳐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를 보기 위해 졸업반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D여고 박모 교사는 "작년까진 미달자가 나와도 재교육은 없었다"며 "시험보기 전까지 교사들이 '남아서 공부하지 않으려면 잘 봐야 한다'고 겁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대구 S초등학교 이모 교사도 "시험에 대비해서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를 풀고 부진아 지도 문제집까지 따로 풀이하는데 시험 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성 무시, 부진아 낙인 찍기도

교과부는 올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초등학교의 경우 5%, 중ㆍ고등학교는 20%가 넘은 학교 650개교에 190억원을 지원하고, 인턴교사 등을 채용해 미달 학생들을 따로 가르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전국 1만1,000여개 초ㆍ중ㆍ고에 두루 분포해 있어 학교에서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미달 학생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별도 보충수업이 운영되더라도 효과는 유명무실하다. 충남 천안의 이모 교사는 "방과 후에 미달 학생을 남게 해서 주당 2시간씩 계획 짜서 가르쳤지만 저학년 때부터 누적 돼 온 것이라 한 학기 동안 가르친다는 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부진아로 낙인 찍히는 것이 싫어서 참여를 거부하기 십상이다. 제주 한 고교 1학년 장모양은 "중3 때 학력미달자가 반에서 3,4명 정도 됐는데 45분 정도 따로 수업하면서 기초 1단원부터 다시 가르쳐주자 친구들이 창피해 하고 싫어했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 J고의 권모군은 "중학교 때 성적미달 학생 10~20명 정도가 보충수업을 들었는데 아이들이 안 들으려 하니까 벌점까지 줘서 징계처리 될 수 있다며 강제로 듣게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적성과 특성을 고려한 치밀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 M중학교 박모 교사는 "학력부진 학생들 중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부진아로 낙인 찍혀 주눅 든 경우가 많다"며 "학력향상도 좋지만 학생회 활동 등 자율성을 주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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