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밤, 고급 호텔 내 야외 수영장에서 젊고 아름다운 커플들이 레바논에서 수입한 맥주를 마시며 팝송에 맞춰 춤을 춘다.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즐겁게 물총을 쏘면서 농담을 던진다. "나는 정부군이에요. 반대 세력은 우리를 죽이고 싶어하죠, 페이스북에도 써놨더라고요."
16일 뉴스위크가 전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풍경이다. 시리아에서는 지난해 3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대파의 봉기 이후 정부군과 반군이 격렬하게 교전하고 있지만 다마스쿠스에 밀집한 친정부 엘리트층은 참혹한 외부 상황은 안중에 없다는 듯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 시리아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2일에는 하마 인근 트렘사에서 정부군과 민병대가 여성과 어린이 등 220명을 학살했으며 15일에는 다마스쿠스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반정부 시위 시작 이후 가장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다마스쿠스 중산층의 생활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폭력 사태는 먼 이야기"라며 파티와 쇼핑, 만찬과 오페라 관람을 즐기는 이들을 내전의 포화에 휩싸인 인근 지역 풍경과 대비하며 뉴스위크는 "시리아가 정신분열을 앓고 있다"고 평했다.
"정말 우리 대통령이 국민을 공격했다고 생각하나요?" 의아한 듯 되묻는 초선 의원 마리아 사데흐의 말은 다마스쿠스 중산층의 의식을 대변한다. 내전은 시민혁명이 아니라 외부의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이 개입한 테러라는 정부의 설명을 이들은 굳게 믿고 있다.
이들도 지난해 3월 이후 1만7,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3만5,000여명이 구금된 절망적인 사태와 간혹 마주친다. 한 사업가는 "지난주 야외 발코니에서 파티를 하는데 어딘가에서 나는 총소리를 들었다"며 "하지만 아주 멀리 떨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마스쿠스 오페라 하우스에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누군가가 죽어간다고 해도 연주를 계속하는 것은 우리의 고귀한 의무"라며 "예술은 영혼을 채운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음악회 시작 전 갖는 1분여의 묵념이 이 나라가 전쟁 중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이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정부의 감시가 삼엄해진 시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태연함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다마스쿠스는 수입 물가가 60% 올랐고, 기름이 부족해 주유를 기다리는 자동차가 줄지어 있으며, 관광객은 사라졌다. 비밀 경찰은 호텔과 식당 등을 맴돌며 전화를 도청하고 이메일을 해킹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은 정권이 교체될 때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뉴스위크는 이들이 "너무 고집스럽거나 자신들의 세계가 결국 무너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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