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36년간의 일제 식민지시대와 미군정기 3년을 거쳐 1948년 8월15일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하지만 신생국 대한민국이 정부를 수립하기 수개월전부터 '코리아'(Korea)란 이름으로 국제사회 첫 관문을 두드린 곳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한국은 48년 1월30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제5회 동계올림픽과 7월29일 개막한 제14회 런던 하계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태극기를 앞세우고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이 국제 스포츠무대에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질곡 같은 근ㆍ현대사를 관통할 때 한국 스포츠는 늘 선두에 서 있었다. 이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마라톤에서 나왔다.
고(故) 손기정씨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1위 골인과 서윤복(89), 함기용(82)씨가 각각 47년, 50년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보스턴마라톤 제패 당시 가슴에 새긴 국적기가 화제다. 손기정씨의 일장기, 서윤복씨의 태극기와 성조기, 함기용씨의 태극기가 그것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이에 대해 "손기정씨는 일제 강점기를 대변하고, 서윤복씨가 47년 보스턴마라톤 출전 때 태극기와 성조기를 반반씩 가슴에 새긴 유니폼을 입은 것은 당시 미군정의 통치를 받던 국내 사정을 십분 헤아린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며 "미군정으로부터 대회출전 경비 마련을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장관은 이어 "이 3장의 마라톤 사진은 한국 근ㆍ현대사가 걸어온 길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물"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중 서윤복씨 관련 사진은 고려대 전신 보성전문학교 출신인 서씨가 고대측에 이미지 파일을 제공해 고려대 기록실에 보관돼 있다.
48년 초대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후 국제 대회 첫 우승도 마라톤에서 나왔다. 함기용씨가 50년 보스턴마라톤을 석권할 때는 가슴에 오롯이 태극마크만을 새긴 채 골인한 것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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