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남서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판보로. 인구 5만여명의 소도시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판보로 국제 에어쇼는 한국의 차기전투기(FX) 3차사업의 수주경쟁 장외전으로 달아올랐다.
유로파이터로 입찰에 참여한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EADS 컨소시엄의 최고경영자(CEO) 엔조 카솔리니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유로파이터 컨소시엄은 다른 파트너들과 생산은 물론 지식까지 공유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유로파이터를 구매하면 기술 이전까지 해주겠다는 뜻을 공식 재천명한 것이다. 베른트 뷘세 EADS 항공전투시스템 총괄 부사장은 "최종 조립 라인을 세워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시관에는 유로파이터의 조종석 시현 장치와 2015년쯤 장착될 회전형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AESAㆍ차세대 전자식 레이더)인 '캡터-E' 등도 구비됐다. 참관객들은 조종석 시뮬레이터에 앉아보고 앞유리에 레이더 화면이 구현되는 헬멧을 써보는 등 체험도 가능했다. 전시관 앞에 자리잡은 유로파이터는 스페인 모론 공군기지에서 공수해온 실제 전투기였다.
반면 FX사업 수주전에서 EADS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미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보잉사는 후보 기종인 F-15SE를 아예 가져오지 않았고, 록히드마틴사는 개발 중인 F-35 모형을 선보였다. 관람객 호객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외신들은 FX사업 수주의 향방이 홍보 열의와는 무관하다고 점치는 분위기다. 영국 항공전문잡지 '플라이트 글로벌'의 그렉 월드론 기자는 "한국의 FX 사업은 보잉(F-15SE)과 록히드마틴(F-35)의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F-15SE는 현재 한국 공군 전투기(F-15K)와의 호환성과 무장 능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반면, F-35는 스텔스 기능이 탁월한 데다 미국, 이 기종을 구매키로 한 일본 등 주변국들과 공조가 수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유로파이터도 훌륭한 전투기지만 미국이 갖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이 없다"며 낙점 가능성을 낮춰 봤다.
방위사업청의 현지 시험평가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유로파이터의 또 다른 강점은 이미 개발이 완성돼 있다는 점이다. 라파엘 카스트로 카시디안 최종 조립라인 책임자는 "스페인은 모든 오른쪽 날개 제작과 자국 공군에 배치되는 87대(13%)의 최종 조립을 맡는다"며 "특수 소재로 제작된 유로파이터는 본체가 가벼워 유연성과 기동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런던ㆍ헤타페(스페인)=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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