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올스타전이 열린다. 10구단 창단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한 발짝씩 물러섰기 때문이다. 양측의 극적인 합의로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올스타전이 없는 시즌이 될 뻔했던 파국 위기는 넘겼다.
KBO이사회는 10구단 창단 업무를 KBO에 위임했다. 올해 안에 10구단 창단 승인, 2013년 시즌 개막전까지 10구단 선정,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 10구단 참가가 주요 내용이다.
KBO는 10구단 창단 의지와 더불어 비교적 구체적인 일정도 밝혔다. 구본능 총재까지 나서 선수협을 설득하기도 했다. 선수협은 10구단 창단에 관한 KBO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올스타전 불참 방침을 철회했다.
9개 구단 사장과 KBO 사무총장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10구단 창단 문제를 KBO에 일임했지만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힌 사장들이 KBO에 문제 해결을 떠넘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실 10구단 창단 문제는 지금처럼 산고를 겪을 일이 아니었다. 전임 유영구 총재 시절부터 결정된 사항이고, 9구단 창단 발표와 더불어 10구단을 창단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심지어 수원과 군산이 10구단 연고지를 강력히 희망했고, 창단을 원하는 기업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사회 멤버인 일부 구단 사장들은 새로운 구단이 창단되는 것에 강력한 태클을 걸었다. 그래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과연 롯데를 비롯한 반대 구단 사장들이 비난 여론을 예측하지 못 한 걸까. 갑자기 감당하지 못할 비난이 쏟아지니 백기를 든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반대 구단 사장들이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KBO 위임이라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닌가 싶다.
그 증거는 10구단 창단 반대의 중심에 선 롯데 장병수 사장과 일부 구단 사장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장 사장은 10구단 창단 등 신생구단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6개 구단이면 충분했다", "첫 단추를 잘못 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또한 "이번 협상은 KBO가 해결하고, 뒤에 일어날 일은 KBO가 책임지기로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사장들의 발언에는 '작전상 후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KBO가 10구단 창단을 추진하더라도 이사회에서 반대하면 원상태로 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KBO도 손을 쓸 수 없다. 4개 구단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10구단 창단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사태가 온다면 프로야구는 파행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추진된 10구단 창단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약속이 잘 지켜져야 한다. 우선 KBO는 이른 시일 내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10구단 창단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단 사장들과 선수협도 프로야구 발전이란 대승적인 차원에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해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