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핸드볼의 기둥인 윤경신(39ㆍ203㎝)은 한마디로 ‘올림픽의 사나이’다. 한 번도 뛰기 힘들다는 올림픽 무대를 무려 5번이나 밟게 됐다. 중동의 장난만 없었다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도 출전해 훈장을 6개나 달 수도 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런던 올림픽 한국선수단의 기수까지 맡았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태극기와 오륜기를 가슴에 달았던 윤경신. 런던에서 그의 5번째 도전이 시작된다.
백업, 주포, 그리고 조커
1990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윤경신은 92년 바르셀로나에서 첫 올림픽에 나섰다. 당시에는 주로 벤치에서 형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이후에는 남자핸드볼의 주포로 활약했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지올림픽까지 유럽의 장신선수들과의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대표팀의 최전방에 섰다.
윤경신은 “처음에는 올림픽 무대에 3번 정도만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윤경신은 이번 런던에서는 에이스가 아니다. 경기 도중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투입되는 조커 역할을 맡았다.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항상 설레고 기대됩니다. 예전에는 제가 공격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후배를 도와주는 역할을 맡게 됐네요. 런던에서는 윤경신표 감초를 기대해 보세요.”
2004년 아테네의 아쉬움
이미 4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던 윤경신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꼽았다. 당시 대표팀은 8강전에서 헝가리와 격돌했다. 후반 15분까지도 리드를 잡고 있어 4강의 꿈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헝가리의 힘에 밀렸다. 결국, 헝가리에 역전패를 당하면서 사상 첫 메달의 꿈도 사라지고 말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8강전에서 스페인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아테네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올림픽이었다. 승산이 있다고 봤다”면서 “이번에는 이기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헝가리에 역전패를 당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윤경신은 그 동안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7번(6회 연속)의 득점왕, 2002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올해의 선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득점왕 등을 휩쓸었지만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마지막 무대는 화려하게
윤경신은 이번 대표팀에서 플레잉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플레잉코치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도 그가 처음이다. 낮에는 선수들과 코트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밤에는 최석재 핸드볼 대표팀 감독과 함께 올림픽에서 유럽팀을 깰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한다.
그는 “최근에는 코치보다는 선수쪽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하다. 6㎏ 정도가 빠졌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세계랭킹 19위인 한국은 B조에서 덴마크(4위) 세르비아(5위) 헝가리(7위) 스페인(8위) 크로아티아(10위) 등 유럽의 강호들과 격돌해야 한다. 조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윤경신은 “조 편성이 어렵게 됐다. 8강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후배들과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자신감을 갖고 나간다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윤경신은 런던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다시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입니다. 정말 잘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핸드볼 대표팀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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