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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언론기사 재서술 벗어나 구상 단계 주장부터 정교하게 다듬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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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언론기사 재서술 벗어나 구상 단계 주장부터 정교하게 다듬어 보길

입력
2012.07.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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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문은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하면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양심적 병역거부나 사형제 폐지와 같은 특정 사안들에 대해서는 각기 찬반 주장이 있고, 그 각각의 주장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있다. 따라서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가리는 것이 바로 비판적 이성이 하는 일이다.

비록 의심의 여지 없이 타당한 주장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논술문에는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령 '살인을 하면 안 된다'와 같은 주장은 도덕적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설교나 연설을 하기 위해서는 좋을지 몰라도 논술문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논쟁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술문을 쓸 때 중요한 것 중 한 가지는 논증할 가치가 있고, 또 지지받을 수 있는 주장을 선택하여 설득력 있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논술문을 처음 구상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된다. 논술문을 쓸 때는 주장의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학생의 글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학생 글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개인정보 보호에 각자 힘써야 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것은 매우 타당한 말이긴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라 논쟁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세 번째 단락만이 학생의 주장을 담고 있을 뿐 나머지 글 전체는 그 동안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었던 기사 내용들을 재서술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어서 논술문도 아니고 신문 기사도 아닌 어정쩡한 글이 되어 버렸다.

그럼 이제부터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소재를 살려서 성공적인 논술문을 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먼저 구상 단계로 돌아가 주장을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각 개인에게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보다 그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하자고 역설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털 사이트나 은행처럼 다수의 개인정보를 수집ㆍ관리하는 곳은 반드시 정해진 기관의 보안 점검을 받도록 법제화하자는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수 차례 발생한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의 보안 불감증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보안 점검은 이에 대한 하나의 예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전략도 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터넷에서 회원가입을 할 때 주민번호 등 민감한 개인 정보는 아예 수집 자체를 금지시키고 이미 수집된 정보는 파기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국처럼 인터넷 공간에서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좁혀 나가다 보면 자신의 논거에 타당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게 되고, 또 비용이나 편리성 등의 측면에서 예상되는 반론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면 다시 그에 대한 재반론을 펼쳐 글의 설득력을 높일 수도 있고, 혹은 그런 검토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더 세련되게 하거나 혹은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논증할 가치가 있는 주장을 제출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01765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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