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무조건 실형이 내려지도록 하겠다며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이 16일 발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가중 처벌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반응과, '대기업 범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주장이 그것이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쪽은 발의된 법률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 총수라는 특정 집단을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비록 법안이 '재벌 총수'나 '대기업 오너'를 특정하지 않고 범죄 액수에 대한 형량 자체를 높인다는 것이지만, 입법 목적 자체를 두고 위헌성을 다툴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재경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발의된 법안이 통과돼 재판에 실제로 적용이 되더라도 재판 당사자로서는 추후에 위헌 소송에서 다툴 가능성이 크고, 헌재에서도 위헌 판단을 내릴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반인 범죄와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 개정안은 5억원 이상의 범죄에 대해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토록 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선고할 수 있는 집행유예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또 기업 총수나 대기업 오너가 아닌 일반 경제ㆍ보험사범도 '엄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죄에 비해 과한 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관의 양형 재량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이 기업 총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발의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재판연구관은 "범죄수익 금액을 변제했는지, 재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결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며 "집행유예라고 해서 무조건 기업 총수에 대한 봐주기 판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횡령ㆍ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외국에 비해서 기업범죄의 형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이제는 형량을 대폭 올리고 무조건 실형을 살게 한다는 원칙을 세워 '있는 사람들'의 범죄 시도 자체를 원천 봉쇄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만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기업 오너 범죄가 가지는 파장을 고려할 때도 가중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선수 회장은 "국민들이 기업 총수에 대해 봐주기 재판을 한다고 생각하는 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법체계 내에서 재판장이 가볍게 선고를 하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위헌의 위험성까지 있는 법 개정보다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양형 기준을 정해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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