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물러나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달라"며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 총장은 "지난 6년간 어려움을 헤쳐왔는데 효용가치가 다했으니 떠나라고 한다면 야박한 일"이라며 "최소한 총장자리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는 "학부생 설문조사에서 사퇴 찬성의견이 75%에 이르렀다"며 2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계약해지를 촉구했다. 교수협의회도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오늘 발표하기로 했다.
2006년 취임해 2010년 재선임된 서 총장은 그간 '카이스트 개혁의 상징'으로 불리며 교수정년 심사 강화, 100% 영어수업, 차등 등록금제 등의 개혁을 추진했다.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다. 해마다 카이스트의 세계대학순위가 올라가고 기부금도 몇 배 늘었다. 그러나 시일이 흐르면서 '서남표식 개혁'에 대한 피로와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학생과 교수들이 잇달아 자살하고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내홍이 극에 치달았다.
사회 각 분야가 미래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이 때 교수와 대학사회만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서 총장의 영입도 카이스트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어달라는 국민적 요구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철밥통'으로 인식되는 교수조직의 개혁과 '공짜 등록금'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는 학생들을 자극하는 것도 의당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개혁은 그 자체의 합리성과 구성원들의 동의가 수반돼야 한다.
학생과 교수 전체를 가혹하게 정글 속에 내몰아 패배자를 속출하게 만드는 목표지상주의와 과도한 경쟁주의는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고, 개혁 과정에서 학내 의견수렴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인 것은 독선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서 총장의 개혁방식은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 한 번 추락한 리더십은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 그의 말대로 중단 없는 카이스트의 개혁을 위해서,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앞서 스스로 용단을 내리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