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열린 리우+20 정상회의는 경제, 사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 달성을 위한 녹색경제의 중요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은 녹색경제가 새로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녹색경제는 물론 자원효율적 경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비용부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에서의 적정가격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경제 원리를 환경오염 방지에 반영한 것이 바로 배출권거래제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5년부터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배출권거래제를 운용하며 보다 비용 효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 있다. 기업의 총배출량에 상한선을 두고 배출상한치를 초과한 기업과 하회한 기업 간 배출권 거래를 허용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국가전체의 환경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도 이러한 방향에 동참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이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결실로 5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승인되고 2015년부터 마침내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음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 제도를 먼저 시행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배출권 가격 형성 시 탄소감축기술 개발사업 등 새로운 녹색경제를 촉진하는 다양한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온실가스배출총량 목표치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세울 것을 한국에 권고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총량은 점차 감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U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2차 거래기간(2008~2012년 말)의 배출 총량은 1차 거래기간(2005~2007년) 대비 약 6.5% 줄었다. 3차 거래기간(2013년 1월~2020년) 동안 배출총량 역시 매년 1.74%씩 감소를 목표로 잡았다. 국가와 기업이 장기적인 감량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속도로 배출 총량이 줄어들 경우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1% 감소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 어느 부문에서 언제까지 얼만큼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지를 정하는 배출권 할당계획은 국가 전체의 감축목표와 예상 배출량, 부문ㆍ업종별 감축잠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배출시설의 온실가스 발생 메커니즘과 감축기술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이를 수립하고 집행하는 절차 또한 일관되고 투명하게 진행되며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EU 배출권거래제의 경우엔 배출권의 할당과 세부운영이 국가별로 분산 관리되는 체계였다. 그러나 제3차 거래기간부터는 EU 차원의 통합된 체계로 전환해 제도의 일관성, 투명성, 효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즉 EU 차원의 전체 배출 총량 설정과 할당계획 마련, 단일 등록부 운영 등으로 일원화된 시스템에 기반을 둠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방식으로의 제도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상당 부분의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한다. 한국도 1, 2차 거래기간 동안 무상할당규모가 95% 이상을 차지한다고 알고 있다. 다만 배출권의 과잉할당 등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점차 늘려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상할당으로 발생되는 재원은 배출권거래제로 인해 부담을 지는 부문이나 녹색산업 등에 재투자돼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
최근 호주 및 스위스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과 EU시장을 연계하는 논의가 큰 진척을 이루고 있다. EU는 한국과도 기꺼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향후 유럽과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을 연계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요스 델베케 EU 집행위원회 기후변화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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