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로 쌍용건설 주가가 폭락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6,050원. 2008년 1차 공개경쟁입찰에서 동국제강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을 당시(주당 3만1,000원)와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현재 주가라면 예상 매각금액이 4년 전 4,620억원(당시 예상 경영권 프리미엄 약 2,000억원 제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0억원 선에 그칠 전망이다.
매각 타이밍도 좋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로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바닥을 기고 있어 쌍용건설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려운 시점이다. 건설업이 장기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매물로 나온 건설사를 선뜻 사겠다는 투자기업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동국제강과의 매각 작업이 결렬된 이후 3년7개월만인 올해 2월 이뤄진 2차 매각부터 6월 마감된 4차 매각까지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 M+W그룹(2~4차 단독 입찰)을 제외하곤 쌍용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국내 대기업과 외국 업체는 전무했다. 7월 12일 마감한 5차 매각(수의계약)에는 국내 중견기업 이랜드가 유일하게 참여한 상태로, 30일 최종 인수가격을 제시할 예정이다.
쌍용건설 매각이 얼마 남지 않은 공적자금 회수 시한(11월 22일)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부담도 캠코의 가격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공공기관 자산 매각의 경우 공개입찰에서 2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3차 매각부터 수의계약이 가능했는데도 캠코는 매각 방식이 바뀐 점(신주 발행)을 들어 공개입찰을 고집했다. 결국 유찰을 거듭한 뒤 5차 매각에서야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캠코는 수의계약에서도 통상적으로 입찰을 한 번에 마감해 가격 협상력을 높여야 했으나, 2차례(7월5일, 12일)로 나눠 입찰을 마감하는 바람에 경쟁구도를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시장의 오해가 있다는 건 알지만, 최상의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한 절차였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현재로선 이랜드와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지만 예정가격에 미흡하면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일단 이랜드의 쌍용건설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중견 그룹이나 이종업계가 인수한 건설사들이 부실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경험이 일천한 기업이 건설사를 인수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오히려 동반 부실로 자금난을 겪는 승자의 독배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개정된 공적자금상환기금법에 따라 경기 침체로 부실채권 매각이 여의치 않거나 헐값 매각의 우려가 있을 때는 주식 등 현물 상환도 가능한 만큼, 캠코가 무리한 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주식 등으로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비록 이랜드가 수의계약 업체로 나서긴 했으나,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캠코나 쌍용건설 모두에 득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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