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연구기관인 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현 방통위 조직을 실패로 규정했다. 이명박정부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통폐합으로 탄생한 방통위에 대해 산하기관까지 실패작임을 인정한 것으로, 차기 정권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CA는 지난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전문가들을 초청, '방송통신융합 전망과 과제'토론회를 갖고 차기 정부에 바람직한 IT정책기구에 대해 논의했다. KCA 양유석 원장은 "스마트 시대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펼쳐졌는데도 정책 관계자들이 과거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CA는 토론회에서 ▦방통위가 각 정당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합의기구로 운영되는 탓에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옛 정보통신부 출신과 방송위원회 출신들의 이질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프라(방통위)와 하드웨어(지식경제부) 콘텐츠(문화관광체육부)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현행 합의제 체제를 지목했다. 현 방통위는 여당과 야당이 각 2명, 대통령이 추천한 1명 등 5명의 상임위원이 회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데 위원들이 정당입장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다 보니 의사결정자체가 지연되고 그만큼 정책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방통위원들도 인정한 사안. 야당추천의 양문석 상임위원은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현 방통위는 추천 정당의 영향력 때문에 합의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실토했다.
때문에 차기 정부에선 현 방통위는 폐지되어야 하며, 합의제 아닌 장관이 책임을 지는 부처(독임제)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박종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방통위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진 IT관련 기능을 통합해 독임제 부처로 일원화하고 방송기능은 부처 내 별도 위원회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위원도 "규제가 힘을 받으려면 진흥책이 필요하므로 진흥을 위한 독임제가 주가 되고 그 안에 방송을 담당할 위원회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KCA는 방통위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IT 경쟁력이 추락한 사실도 제시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인 EIU가 각국의 IT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07년 3위에서 지난해 19위로 떨어졌는데, KCA관계자는 "IT기업 환경을 뒷받침하는 법제도적 인프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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