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15년 동안 보좌해온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은 이 정권의 도덕성이 파탄났음을 보여주는 결정타다. 대통령의 일정과 면담을 관리하고 심기까지 꿰뚫고 있어 '문고리 권력자'라고 불리는 청와대 부속실장까지 검은 돈에 매수됐다면 정권 주변에서 해먹을 사람은 다 해먹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저축은행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청와대 출신으로만 5번째고, 친인척까지 포함하면 7번째라니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자랑하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완벽히 타락한 정권"이라 하는 게 맞는 말이다.
김 실장은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금품을 받지는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고 사무실에는 나오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잠적설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가당치도 않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하는 참모가 수사를 회피하려는 것은 대통령의 얼굴에 두 번 먹칠을 하는 비겁한 짓이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거니와 해명할 게 있으면 당당히 검찰에 출두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엔 유독 오그라들었던 검찰도 그 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김 실장에 대한 혐의를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저축은행 퇴출 무마 로비에 쓰인 돈은 서민들이 피땀 흘려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것으로 그들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최소한 그들의 울분과 탄식을 풀어주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는데도 수사를 지켜보자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곡동 사저 비리의혹 때는 애매한 표현으로 사과를 했고,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때는 아예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국민들은 이 정권의 부패 시리즈에 분노하며 허탈감에 빠져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명분도 이유도 없다. 절망하는 국민들에게 진정이 담긴 사과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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