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체제가 산뜻하게 출범했다. 강 신임 대표는 경선에서 조직력이 우세한 강병기 후보에게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낙승했다. 당원들이 경기동부연합세력 등 구당권파가 지원한 강병기 후보 대신 비례대표경선 부정 사태 속에서 당 혁신을 주도해온 신당권파의 강 대표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강 대표 표현대로 "혁신을 바라는 민심과 당심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고위원 5명 선거에서는 신당권파 2명, 구당권파 2명, 중립성향 1명의 분포로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할 권한이 있고, 당연직 최고회의 멤버인 심상정 원내대표가 신당권파인 것을 감안하면 지도부 내 신당권파의 주도권 장악은 확실하다. 신당권파가 주도해온 당 혁신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강 대표는"과감한 혁신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강기갑 체제가 넘어야 할 산들이 만만치 않다. 우선 비례대표 자격 논란에 휩싸인 이석기ㆍ김재연 의원 제명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르면 오늘 의총에서 결론이 날 수도 있는 이 문제를 얼마나 확실하게 정리하느냐가 강 대표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당 혁신비대위가 마련한 쇄신 과제를 확정해 실천하는 일도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와 세습체제, 한미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은 당 안팎의 종북 논란을 끝내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비례대표경선 부정 및 폭력사태, 종북 논란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진 상황이다. 강기갑 대표체제가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회복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최대 기반인 민주노총은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쇄신을 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조건부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강 대표체제의 통합진보당이 뼈를 깎는 혁신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방향 재설정을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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