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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르크스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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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르크스의 부활

입력
2012.07.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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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1818~1883)가 <자본(das kapital)> 을 집필하는 15년 동안 가족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여섯 아이 가운데 셋이 죽었고, 부인과 큰딸은 병에 걸려 신음했다. 자신도 쇠약해져 <자본> 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종기 때문에 아예 일어서서 썼다. 옷과 시계를 전당포에 잡혀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갖다 줄 때 엥겔스가 건네준 돈으로 찾아야 했다. 이런 아들이 어머니는 못내 안타까웠다. "얘야, 자본에 대해 쓰지만 말고 자본을 조금이라도 모으면 안되겠니?"

■ 국내에서 <자본> 이 처음 완역된 것은 1987년 동아대 강신준 교수에 의해서다. 농협 조사부에 취직해 주경야독하며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그는 출판사 사장인 친구 부탁으로 서울대 운동권 6명이 했던 거친 초벌번역을 감수해 '김영민'이라는 가명으로 펴냈다. 전두환 정권은 출판사 관계자들을 수배했으나 몇 번을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공안검사가 기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곧 이은 동구권 몰락으로 마르크스 바람은 이 땅에 채 불기도 전에 잦아들었다.

■ 2008년 서울대 경제학부 석ㆍ박사 과정 70여명은 집단 대자보를 붙였다. 경제학부 교수 33명 중 유일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인 김수행 교수가 정년 퇴임하자 후임 마르크스 전공 교수를 채용해 달라는 호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대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며 주류 경제학자 2명만 채용해 지금까지 경제학부에는 마르크스 전공자가 없다.

■ 세계적 경제위기로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인기다. 유럽에서는 마르크스의 대표 저서인 <자본> 과 <공산당 선언> 등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중국에서는 <자본> 이 뮤지컬로 제작돼 성황리에 공연됐다. 이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마르크시즘 2012' 행사에는 젊은 층 수천 명이 몰렸다. 미국에서는 자본주의 지지율이 3년 만에 10% 이상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7,500만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들은 출구를 마르크스에서 찾고 있다. 부활할 마르크스조차 존재하지 않는 한국은 대안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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