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해 여수엑스포장, 전주 한옥마을 등을 거쳐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9박 10일 일정으로 국토대장정에 나섰던 83명의 한인 차세대들이 15일 서울에 도착, 일정을 끝냈다. 재유럽한인총연합이 기획한 이 행사는 해외에 사는 젊은 한인들의 뿌리를 다지고, 튼튼해진 그 뿌리를 바탕으로 현지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자긍심을 갖게 됐다","현지 친구들과 다시 오겠다" 등의 반응이 다수를 이룰 정도로 의미 있는 여정이었으나, 두 사람에겐 더 특별했다.
마졸린 루카센(42ㆍ한국명 주은선)씨와 스틴 타프(34ㆍ한국명 최향숙)씨는 열흘 동안 만난 수많은 한국인들의 얼굴에 상상 속 어머니의 모습을 대입했다. '엄마 찾아 국토대장정'에 나선 이들은 각각 1975년 네 살 때 네덜란드, 1980년 덴마크로 입양됐다.
타프씨는 입양 32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8년 덴마크에서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아 행복하기 그지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며 "그러면 그럴수록 나를 버린 생모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 이유를 딱 한 마디 듣기 위해 모국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한 애니메이션학교 비서로 일하고 있는 그는 78년 6월 21일 충남 홍성에서 어머니 목진분(54))씨와 아버지 최모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식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타프씨가 태어나자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홀로 키울 수 없었던 아버지는 갓난 아기를 할머니에게 맡겼고, 할머니는 79년 11월 7일 충남의 한 기독교봉사단체에 아기를 맡겼다. 타프씨는 "당시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렵던 때라 내가 덴마크로 입양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생모가 더 미워지기 전에 그 이유를 한번 듣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루카센씨의 생모는 한 광부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미혼모였다. 70년 3월 22일 강원 삼척군 장성리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어머니에 대해선 대구 출신의 이종순이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며 "아버지(주동환)가 독일로 광부 일을 나가면서 할머니 손에 맡겨져 입양기관으로 넘겨졌다"고 했다. "당시 연로(70세)하던 할머니가 홀로 저를 키울 수 없었고, 서울 쌍문동의 한국사회봉사회에 맡기면서 네덜란드로 오게 된 거죠."
'너의 행복이 우리의 행복'이라는 양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루카센씨의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2002년 앞서 입양기관을 통해 수소문해 찾은 생부를 만났고, 2년 전엔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네덜란드 라보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생모를 찾는 이유에 대해 "한국 땅을 직접 밟으면서 내 몸 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며 "아버지를 찾았으니까 이젠 어머니를 찾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어려움 속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때가 있어요. 나를 버린 어머니지만 그 안부를 한번 확인해야 저의 남은 삶이 편해질 것 같습니다."이들은 한국 전통 문화 체험 등을 한 뒤 18일 출국한다. 관련 문의 재유럽한인총연합회 홈페이지 www.koreaneu.com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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