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저축은행 사태 말이다. 수 일 전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구속에 이어 정두원 새누리당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의 부결로 이어지면서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곧 이어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겨냥하더니, 이명박 정부의 경제수석을 지냈던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 청와대에 근무했던 현직 금융위원회의 모 과장, 금감원 및 국세청 간부급 직원들이 수사대상에 올랐고, 급기야 15년간 이명박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는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 저축은행 비리 리스트가 끝없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도대체 터널의 끝은 어디인가. 금융당국은 이런 내용들에 대해 알고 있었을까. 언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국민들의 의문도 끝이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내가 거래하는 저축은행은 안전한가'일 것이다. 그 은행 역시 퇴출저지 로비를 했을까. 해지수수료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5,000만원 보호한도 초과 예금을 은행 등으로 옮겨야 할까. 만약 특별한 이유로 저축은행에 신규예금을 해야 할 경우라면, 저축은행들이 공시하고 있는 BIS 비율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도 될까. 대주주 비리와 퇴출로비로 저축은행들 비리가 횡행하는 가운데 남아 있는 저축은행들은 BIS 비율 조작이 없다고 믿어도 될까. 이 비율이 높아서 우량하다고 믿었던 저축은행 조차 어느 날 갑자기 영업정지 당한 경우가 있지 않았던가.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을 소비자 편으로 믿어도 되는가. 그래도 그간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금융당국을 믿어왔지만, 이제 과연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투명하지 않은 저축은행 사태와 처리방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고 의문점만 꼬리를 문다.
5월 금융위는 3차 퇴출조치로 영업 정지된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네 곳 저축은행에 대한 입찰을 실시하면서, 우리, 하나, 산은 금융지주사 및 기업은행 등이 인수 의향서 제출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부정적이던 금융지주사들이 긍정적으로 돌아섰는데, 지난 수일간의 저축은행 비리에 접하면서 입찰 참여의 배경이 새삼 궁금해진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2차 퇴출조치 시 저축은행을 인수했던 KB, 신한, 우리, 하나 금융지주들이 전체적으로 약 6,000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했음에도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가 적자영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이 경영진 배임 문제 등을 우려, 재인수를 꺼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저축은행은 서민을 대상으로 예대업무를 취급하므로 은행에게 추가적인 영업수단을 제공하는 게 없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주 대상으로 하므로 차별화된 위험관리 역량 개발도 필요하다. 그래서 과연 어떤 점에서 은행과 저축은행 간 연계영업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이 60%가 넘는 현실에서 저축은행 부실을 이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최선인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공적자금 투입은 물론 정부의 부담이나 이를 외국인 주주들에게 떠넘기는 것보다 떳떳해 보인다. 이제 한국도 그럴만한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실의 1차적 책임이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에 있다 하더라도 이들의 유착과 비리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적자금 투입을 반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아직도 정리되어야 할 부실 저축은행이 남아 있다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또 국민부담 절약을 위해서도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제3자 계약이전 방법 외에 최소비용원칙에 따라 청ㆍ파산과 가교저축은행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의 사용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남아 있는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지침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이들의 발전전략 및 영업방침 수립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