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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18> 채연석 항우연 연구위원→김종철 항우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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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18> 채연석 항우연 연구위원→김종철 항우연 책임연구원

입력
2012.07.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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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화약무기 복원의 아버지'로 소개된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이 이번엔 김종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을 '항공우주과학계의 괴짜'라고 추천했다.

'괴짜'라는 말이 딱 맞다. 수력, 풍력, 지열, 조력발전은 알아도 '고공풍력발전'은 처음 들어봤다. 얼핏 보면 황당한 생각이다. 지상도 아니고, 수백m 상공에서 부는 바람으로 발전을 하겠다니.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2007년 영국 버진 그룹이 열었던 '버진 어스 챌린지(Virgin Earth Challenge)' 3라운드까지 올랐다. 최종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세계 각국이 제출한 아이디어 중 3라운드까지 진출한 것은 30여 개. 그 중 6개 아이디어가 최종 선정됐다. 이 그룹의 브랜슨 회장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상금 2,500만 달러(약 300억원)를 주겠다며 이 대회를 열었다.

고공풍력발전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속이 세다는 것에 착안했다. 상공에 연을 띄우면 바람을 타고 연이 이리저리 이동한다. 연과 연결된 바다 위의 배도 따라 움직이는데, 이때 배에 장착된 스크류가 돌면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하는 이가 김종철(59)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이렇게 해상에서 얻은 전기로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메탄올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메탄올은 자동차 연료 등으로 쓰인다.

항공우주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로켓, 인공위성이 아닌 이런 연구를 한다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50세가 되던 2003년, 인류가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봤단다. 그때 얻은 결론이 지구온난화 해결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이었고, 이후 줄곧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고 들었다.

나와 김 박사는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함께 전시사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조선의 로켓포인 신기전을 복원해 전시했고, 김 박사는 무선으로 조종하는 대형 기구를 엑스포 상공에 띄웠다. 비행접시와 고구마 모양으로 된 2개였는데, 길이가 각각 16m, 22m였다.

대형기구는 처음 개발해보는 거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했다. 하루는 전파 교란으로 기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위성항법장치(GPS)도 없던 시절이라 제멋대로 움직이는 기구를 무조건 따라갔고, 충남 금산까지 가서야 겨우 논에 착륙시킨 적도 있다고 했다. 비행기도 아니고, 비행선을 만드는 그를 보면서 난 "괴짜구나" 생각했다.

그때 우린 모두 40대였고, 연구에 한창이었다. 주로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뒤쫓는데 바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괴짜라 불리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 거 같다. 그들의 톡톡 튀는 생각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상한 짓을 잘 하는 사람'이 괴짜의 사전적 정의지만, 앞으로 김 박사 같은 괴짜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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