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의 뿌리는 부산지역 기업인 고 김지태(1908~1982)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ㆍ16 쿠데타 후 1962년 김씨로 하여금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이를 헌납하도록 했다. 부일장학회는 이후 5ㆍ16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82년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한자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정수(正修)장학회가 됐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정수장학회의 실 소유주는 박근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이 부일장학회를 사실상 강제 헌납받은데다, 그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30%, 부산일보 지분 100% 등 언론사 주식을 갖고 있는 점도 야권이 정수장학회를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정수장학회 논란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국가정보원의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와 2007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잇달아 "국가에 의한 강제 헌납이었다"고 인정하면서 불거졌다. 박 전 위원장이 2007년 옛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도 핵심 검증사항으로 떠올랐다.
쟁점은 박 전 위원장과 정수장학회의 유관성이다. 박 전 위원장은 정수장학회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으나 야권과 설립자의 유족 측은 현 이사진이 모두 '박근혜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이사진의 구성을 보면 최필립 현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의전ㆍ공보비서관 출신으로 박 전 위원장의 최측근이다. 이사 4명 중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과 김덕순 전 경기경찰청장도 박 전 위원장이 이사장 시절 임명됐다. 신성오 전 필리핀 대사와 최성홍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 이사장의 외교통상부 옛 부하 직원들이다.
설립자의 유족들은 "이름을 원래의 부일장학회나 설립자의 호를 따 '자명장학회'로 바꾸고 박 전 위원장에 예속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국가와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강압으로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반환 청구 시효가 지나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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