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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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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입력
2012.07.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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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제시했다. 앞서 경제민주화의 대명사 격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대선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언뜻 보면 분배와 평등의 가치를 강조해 온 진보 정당의 대선 후보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MB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을 적극 뒷받침해 온 새누리당의 변신도 눈에 띈다. 최근 30여명의 의원들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만들어 활동에 나서는 등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구이자 시대정신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07년 당내 대선 경선후보 당시 박 전 위원장은 '5년 내 선진국 건설'을 목표로 '줄ㆍ푸ㆍ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공약을 내세웠다. 감세와 규제 완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주창했던 MB노믹스의 판박이다. 그러던 박 전 위원장이 언제부턴가 진보세력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경제민주화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그는 과연 5년 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걸까.

박 전 위원장은 작년 말 이상돈 중앙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2007년의 '줄ㆍ푸ㆍ세' 공약에 비춰보면 최근 정책이 많이 달라졌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실 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줄'의 감세 부분은 이 정부 들어서 많이 진행됐습니다. '푸ㆍ세' 부분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그러면서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주장한 것도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제질서의 공정성 같은 것이 훼손되는 부분을 바로잡고 수정하고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이 변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와 '공정질서 확립'이 양대 축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기득권층의 양보를 통한 양극화 해소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박 전 위원장은 대선 출마선언 현장에서도 재벌의 소유구조 문제엔 손을 대지 않으면서 강자의 반칙과 횡포를 엄히 다스려 공정성을 좀더 강화하는 방향의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작은 정부와 큰 시장, 법치의 강화라는 '줄ㆍ푸ㆍ세'의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근혜 캠프 참여자의 면면을 보면 더욱더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캠프 핵심 인사 30명 중 27명이 박 전 위원장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는 보수 인사들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참신성이 떨어지고 '박근혜식 회전문 인사'가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가장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진 정책파트 7명 중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제외하면 개혁적 성향의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중 4명이 2007년 경선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소속이고, 나머지도 보수 경제학자나 재계 CEO 출신이다.

사실 여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당장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것처럼 부산을 떨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당명을 바꾸었으며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집어넣었다. 그 때도 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김종인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그는 석 달 남짓 만에 경제민주화와는 동떨어진 공천에 불만을 품고 사퇴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여권의 거부감이 그만큼 강했다는 얘기다. 지금도 김종인을 겨냥한 중진 의원들의 견제구가 요란하다. 이번 대선도 김종인의 개혁 이미지만 활용하고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민주화는 구호만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다. 개혁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혁신적인 인물의 충원이 필수적이다. 인적 쇄신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근혜의 경제민주화는 '안정 속의 성장'이라는 보수적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캠프 참가자들 또한 하나같이 보수 일색이다. 정책도 인물도 경제민주화와 어울리지 않는데 구호만 요란하니, 중도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다짐이 정치적 수사에 머물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선 후보라니 하는 말이다.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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