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폭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에, 특정 품목 또는 일부 국가를 빼면 마이너스인 ‘착시형 흑자’라는 지적이 높다.
15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잠정치 기준) 수출은 2,754억달러, 수입은 2,646억달러로 무역수지는 10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6%, 26.7% 급증한 반면, 올해는 각 0.7%,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증가율이 떨어진 것은 물론, 수입증가율의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진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다.
무역 편중 현상도 심각했다. 올해 1~5월 무역흑자 57억달러에서 자동차(부품 포함) 기여분(266억달러 흑자)를 빼면 전체 무역수지는 209억달러 적자로 반전된다. 연구원은 “자동차 분야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6.5%로 주요 품목 중 가장 높은 반면, 선박은 -23.8%, 반도체 등 IT는 -10.4%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이후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큰 자동차 덕분에 다른 분야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이 선방하는 것처럼 착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국가 중엔 중국(홍콩 포함)이 착시를 불렀다. 올 들어 5월까지 무역수지는 중국과 홍콩시장에서 달성한 무역흑자(316억달러)를 제외하면 259억달러 적자로 뒤바뀐다. 중국의 경기가 악화하면 무역수지 흑자가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수출 주력품목을 육성하고 수출 및 수입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일부 품목 등의 호조에 편중된 착시현상에 빠지지 않도록 수출실적에 대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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