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종 삼성에버랜드 주임의 별명은 '삼성의 스티비 원더'다. 시각장애인 팝 스타로 유명한 미국의 스티비 원더처럼 그도 1급 시각장애인이다. 노래 실력 또한 웬만한 가수 뺨 칠 정도이다. 노래만이 아니라 피아노와 기타 연주, 드럼 치는 솜씨도 수준급이다. 그는 지난 달 말 삼성그룹 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S'에서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결선까지 진출, 특별상을 수상했다.
삼성에버랜드는 1995년부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위탁 받아 운영 중인데, 유 주임은 이 학교에서 시각장애인과 관련된 무료 안내견 상담 및 외부 설명회 진행 등을 맡고 있다.
대부분의 장애우들이 그렇듯, 그 역시 힘겹고 고통스런 학창시절을 보냈다. 초중고교 시절 내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은 대학 1학년이던 2002년 6월. 지인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안내견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였다. 안내견 학교에 직접 신청하고 분양 받은 안내견이 그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 놓았다. 여태껏 집 안에 틀어 박혀 있던 그는 안내견을 만난 뒤로 집 밖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악기 연주를 배우러 갈 수 있게 됐고, 용산전자상사에서 부품을 사다가 PC조립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안내견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안내견은 그에게 뜻 밖의 행운까지 가져왔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2005년 무렵 안내견을 소재로 한 삼성화재의 공익광고 '가장 아름다운 동행'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이 광고는 4탄까지 계속됐다. 그는 이 인연으로 2006년3월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의 정식 홍보직원이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7년째 전국 사회복지관이나 학교를 돌며 시각장애인의 친구인 안내견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식당이나 공공 장소에 가면 아직도, 안내견을 보고 '개를 어디 함부로 데려 오느냐'며 출입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잘못된 편견은 꼭 제 힘으로 바로잡고 싶습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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