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ㆍ구속기소) 회장의 마당발 로비에 발목이 잡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새누리당 이상득(77) 전 의원이 이미 구속됐고, 핵심 참모였던 정두언(55) 의원도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가까스로 구속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던 김희중(44) 청와대 제1부속실장까지 1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임 회장의 검은 손이 대통령 턱 밑까지 뻗어나간 모양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15년을 동고동락한 최측근 인사로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참모로 꼽힌다. 또 오랫동안 이 대통령 곁을 지켰으면서도 소탈하고 겸손해 '권력'의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평을 받아왔다. 일각에서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된 것보다 김 실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더 쇼킹한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만 봐도 청와대 내에서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간의 수사 결과를 되짚어보면, 임 회장은 대선이 있던 2007년 후반기에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 줄을 대기 시작했다. 이호영 국무총리실 국정운영2실장을 통해 소개받은 정 의원이 교두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정 의원을 통해 당시 국회부의장이자 이명박 캠프의 좌장이었던 이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 3억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임 회장이 김 실장과 연이 닿은 것도 이 무렵으로 추정된다. 대선 때 이 후보를 밀착 수행한 김 실장은 이 후보와 정 의원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등 정 의원과도 동고동락한 관계였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실장이 대선 국면에서 맺은 임 회장과의 인연을 끊지 못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문만 무성했던 임 회장의 마당발 인맥이 속속 확인되면서 "도대체 임석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수사의 끝은 어디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미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등 그의 인맥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 간부 3, 4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석 리스트'에는 경제부처 수장 출신 거물급 인사가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그의 입에 따라 운명이 갈릴 인사들이 아직 더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은 돈 뿌리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는 말이 돌 정도로 금품 로비가 몸에 밴 사람"이라며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한 고비를 넘긴 뒤 박지원 원내대표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됐던 검찰 수사는 김 실장의 사의 표명으로 투트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의 경우 임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실장이 임 회장으로부터 직접 은행 퇴출 저지 청탁을 받았는지, 정ㆍ관계 유력인사를 소개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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