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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만삭 의사부인 사망 진실은… 친정아버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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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만삭 의사부인 사망 진실은… 친정아버지의 절규

입력
2012.07.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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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재판 결과 기다리기 두려워 딸은 사고死가 아니라고 확신"

지난해 1월 출산을 한 달여 앞둔 만삭의 박모(당시 29세)씨가 자택 욕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전문의 자격 시험을 준비 중이던 남편 백모(32)씨. 검찰은 부부싸움 중 남편이 박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봤다.

결국 백씨는 지난해 2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후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며 어느 새 1년 5개월이 지났다. 1심과 2심은 백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지난달 28일 대법원은 ‘남편이 범인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으니 다시 한 번 판단해 보라’며 사건을 항소심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의 진실 규명에 대한 시계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항간에는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 지 모른다는 우려가 떠돌았다.

11일 오전, 사망한 박씨의 아버지 박창옥(59)씨를 대법원 법정 앞에서 만났다. 그는 여전히 범인이 한 때 사위였던 백씨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박씨는 “‘파기 환송’이라는 말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단어였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이 무죄라고 한 것은 아니라지만, 그리고 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한다는 거지만 결국 유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확신이 무너진 것에 더해 박씨는 또 지금만큼의 시간만큼 재판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두렵다’고 했다. 그는 “딸이 왜 죽었는지 또 얼마를 기다려야 답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남은 가족은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젠 잊으려고 하는데, 딸이 너무 억울해할 것 같아 쉽게 정리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그 동안 있었던 수 십 번의 재판을 모두 지켜봤다”고 했다. 재판이 있는 날 이면 늘 방청석 구석 자리에 조용하게 앉아 큰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을 먼발치에서 보고만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백씨도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백씨를) 원망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원망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였다. 물론 “용서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씨는 지난 주 딸의 생일을 맞아 경기도 분당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된 딸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하고, 법원이 재판을 하는데, 아버지인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게 미안하기만 한 거죠. 딸은 사고로 죽은 게 아닙니다.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의 믿음과 별개로, 재판은 다시 시작됐다. 남편 백씨가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것인지 법원의 다시 판단할 것이고, 박씨는 그 결과를 또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 0.1%의 오류 가능성이 '죽은자의 증언' 발목잡다

대법원이 지난달 28일 만삭 의사 부인 사망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은 우리 수사제도 상 검시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유죄라는 확신에 이를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살해 혐의로 기소한 남편 백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다수 법의학 전문가가 백씨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소견을 내놓았음에도, 검시관이 범행 현장에서 배제되는 등의 고질적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검찰이 당혹스러워한 것은 당연했다. 수사 초기부터 백씨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부부만의 공간에서 벌어진 의문의 죽음은 애초에 목격자도, 죽음의 직접적인 증거도 없었다. 그러나 검찰에게는 '피해자는 목이 졸려 사망한 것'이라는 내용의 부검 결과와 현장을 정밀 분석한 증거 자료가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물론 저명한 부검 전문가, 법의학자들의 다수 견해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사체에 대한 부검이 사망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실시되고, 그 과정에서 사체의 이동과 보관에 따른 훼손ㆍ변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에 오류가 포함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법의학자들이 결정적인 증거로 내세운 액사(縊死) 특유의 소견인 박씨의 '목 부위 피부 까짐'과 '목 주위의 내부 출혈'에 대해서도 "타인의 손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후에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손상일 텐데, 그걸로 어떻게 액사를 증명할 수 있냐"는 질문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어 "일부 증인(법의학자)의 증언(소견)이 아니라,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나 자료에 근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최고의 과학적인 방법이 부검이라 확신하는 법의학자들에게 더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국내 대표 법의학자이자 이번 사건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던 이윤성(59)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가 "대법원의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남편의 출근 시간 전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검찰의 분석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집을 나선 오전 6시41분 이후에 사망했을 확률적 가능성이 상당함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망시각 추정을 위한 직장온도 측정이 시신 발견 후 8시간이 지난 뒤 병원 영안실에서 이뤄져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의학자들의 소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5년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이 시신이 있던 욕조 물의 온도를 재지 않았기 때문에 법의학자들이 추정한 사망시각을 토대로 출근 전 남편이 모녀를 죽였다고 볼 수 없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가수 김성재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히 이번 사건처럼 목격자가 없는 범행이거나, 살인 등과 같은 범죄에서 흉기와 같은 직접 증거가 없을 때 수사 기관은 법의학자들의 부검이나 현장 분석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법의학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들은 자취를 감추는 법"이라며 "사실상 24시간이 지나면 귀신이 와도 정확한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통상적으로 부검이 이뤄지는 곳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시신이 그 곳으로 이동하기까지의 시간, 범행 현장과 부검 장소와의 온도 차이나 환경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부검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부검은 사건이 접수되고 3일 후 이뤄졌다. 부검 당시 사체를 촬영한 사진에는 검안(현장에서 사체 외부를 보고 사망 이유나 시각을 판단하는 임시 부검의 형태) 당시 촬영한 사진에 없던 부분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시신을 현장에서 병원, 병원에서 국과수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시신의 추가적 손상을 의심했다.

전문가들은 '검시 전문 인력 양성'과 이를 뒷받침할 '검시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원을 설득할 수 있는 '좀 더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범행 현장에 출동해, 현장과 사체를 검시하는 검시관은 전국적으로 60명이 채 안 된다. 이들은 모두 각 지방 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팀에 소속돼 있다. 살인은 물론 통상적 변사 사건에도 모두 투입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한 검시관은 "1년에 통상 3만5,000명 정도의 시신을 검시해야 한다"며 "전문 검시 인력이 지금보다 최소 6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죽음을 부검해야 하는지를 관할 지검 검사가 판단하는 현재의 검시 제도 역시 부검 지연의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부검 조건을 법으로 규정한 '검시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채종민(60) 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검 여부를 검사가 판단하는 건 인치지 법치가 아니다"며 "산 사람의 권리, 죽은 사람의 권리, 정확한 부검을 위해서라도 검시법 제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의학자, 법과학자, 경찰, 수사관들이 현장에 함께 가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급한 대로 전문 검시 인력을 늘리기 위해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진다면, 미제 사건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 검, 새 증거 제시 사실상 불가능… 영구 미제 가능성

범인으로 남편 백모씨를 지목해 공소를 제기했던 검찰은 대법원이 지적한 허점을 최대한 꼼꼼하게 채우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5개월이나 지난 사건이라 추가 증거를 발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1ㆍ2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부검과 현장 분석에 대한 전문가 추가 소견을 통해 '백씨가 아내를 살해한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재판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사망한 박씨가 욕조에 넘어져 자연적으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추가 소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목 졸려 사망했다는 유력 증거로 제시했던 목 부위의 상처와 내부 출혈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몸부림을 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자연적인 시반의 흔적'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재연 등의 형태를 통해서라도 반론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대검찰청 형사과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읽어보면, 1%도 자연사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걸로 받아들여진다"며 "만약 항소심에서도 대법원과 같은 취지로 사건을 해석한다면 사실상 수사기관에서는 불가항력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열쇠가 검찰의 몫으로 남게 됐지만, 미제 사건으로 둔갑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에 따라 이번 사건은 최종 결론이 언제 내려질 지 시점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통상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면, 항소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대로 판결을 내리고 다시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하면 법정 공방이 종결된다. 그러나 대법원이 '다시 판단을 하라'고 했기 때문에, 항소심부터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1995년 발생한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의 경우 '1심 유죄, 2심 무죄, 3심 유죄 취지 환송, 2심 무죄, 3심 무죄 확정'을 거치며 7년 넘게 재판이 진행됐다. 이번 사건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 의사 백모씨 재판서도 묵비권·무표정 일관 "무죄 아니면 사형을" 대담

수사 초기부터 범인으로 지목됐던 의사 백모(32)씨는 그 동안 외부 노출을 꺼려왔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1ㆍ2심 유죄 판결 등 1년 5개월의 기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심지어 재판 과정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했다. 오직 변호인을 통해서만, 혹은 서류로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할 뿐이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억울한 것이 있으면, 그런 티라도 냈을 텐데 항상 무표정이었던 기억이 난다. 냉정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렇게 작정을 한 건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비록 변호인을 통한 것이기는 했지만 백씨는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자신의 주장을 꼼꼼하게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에 대해 재판부에 "무죄가 아니면 차라리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대담한 발언을 할 정도로 무죄를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의사라는 직업을 십분 살려 검찰의 부검 결과를 의학적으로 반박하는 등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증거 하나하나를 따져나갔다.

검찰이 사망한 백씨의 부인 박씨 목에 난 상처와 내부 출혈이 '목에 졸린 증거'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백씨는 "액사였다면 암적색이나 보라색을 띤 액흔(목 졸린 자국)이 존재해야 하고, 박씨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저항했을 것이기 때문에 통상보다 흔적은 더 선명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쨌든 백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다. 1ㆍ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 받으며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항소심 재판에서 '역전'의 호기를 잡은 셈이다.

새로운 증거와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검찰보다 오히려 더 느긋한 표정이기도 하다. 백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로펌 변호사는 "검찰이 새로운 수사나 증거 준비를 하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따로 논리를 만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백씨 측은 지난달 28일 대법원 판결 직후 곧바로 보석 신청을 했다. 유죄 혐의가 일단 불확실해진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대법원은 백씨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지만, 구속 재판을 받았던 항소심 상황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백씨 측은 "괜히 나와서 재판을 받다가 유가족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 오히려 구속 재판을 계속 받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사 지휘했던 최종상 형사과장

"남편이 범인, 지금도 확신 대법판결 무죄취지 아니다"

"영장 기각, 영장 발부, 1심 유죄, 2심 유죄, 대법원 판결 파기환송까지 따지면 현재 스코어는 3승 2패죠. 결국 남편은 유죄를 받을 겁니다."

만삭의 의사부인 사망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던 최종상 강서경찰서 형사과장(당시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피의자 백모씨와의 법정 다툼에서 결국 재판부가 사망한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내다 봤다. 그는 "1심하고 2심에서 유죄 판결 받는 것을 보고는 이번에도 유죄가 선고될 줄 알았는데 대법원 판결을 듣고 솔직히 좀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무죄 취지가 아니라 사건을 다시 심리해 보라는 뜻에서 파기환송을 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수사 기관의 패배로 여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1년이 넘은 사건이지만 그는 여전히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경찰이 남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도 시종일관 침착한 백씨의 태도였다.

"자신의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죽었는데 내가 범인으로 몰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억울하다면서 조사 받던 책상을 뒤집든지 너무 슬퍼서 울든지 어떻게든 감정적 동요가 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백씨는 마치 로봇처럼 조사 받는 내내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어요. 조사하던 사람들이 더 지칠 정도였습니다."

백씨의 진술 번복도 의심스런 요소였다. 그는 처음에 아내가 욕실에서 미끄러져 사망한 사고사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다툼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자 타살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을 바꿨다. 마지막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자신의 변호인이 주장한 사고사 개연성이 일부 받아들여지고 만약 타살일 경우 본인 외에 용의자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고사로 진술을 번복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최 과장에게 개인적으로도 만삭의 의사부인 사망사건은 잊을 ?없는 기억이다. 세간의 이목이 유독 집중된 사건이었을뿐더러, 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박씨의 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아와 고맙다고 큰절을 하려는 것을 극구 말리기도 했다. 그는 "백씨가 지금이라도 죄를 뉘우치기를 바란다"며 "사망 사건이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결론 날 때까지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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