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대 대학원 한승훈씨 교회의 고정시각 탈피 '혁명을 기도하라'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대 대학원 한승훈씨 교회의 고정시각 탈피 '혁명을 기도하라' 출간

입력
2012.07.13 17:39
0 0

예수가 교회를 벗어나 거리로 나선다면?

한승훈(30ㆍ서울대 대학원 종교학 박사과정)씨는 이런 발칙한 상상을 했다. 성당과 교회, 권위적인 성직자들을 떠난 '인간 예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말과 행적을 기록한 성경을 혼자 꼼꼼히 읽어낸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예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혁명적 민주주의자'였다고.

그동안 개인 블로그에 예수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린 그는 최근 이를 토대로 <혁명을 기도하라>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일종의 예수 관련 해석서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일간지의 칼럼 등에 인용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종교인과 학자들이 모여 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가 하면 독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자발적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씨는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고정 관념을 깬 예수의 숨은 면모에 흥미를 느끼고 예수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종교학도가 자신의 전공도 아닌 '예수'를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호기심으로 성경을 읽다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예수와 성경에서 묘사한 예수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졌어요. 이걸 계기로 종교적 틀을 벗어나 고전 소설을 읽듯 성경책을 읽어 나갔지요. 2,000년 전 교회의 권력자들에 대항해 팔레스타인의 거리를 활보했던 예수는 지금 교회에서 추앙하는 종교적이고 거룩한 성자는 아니었습니다. 정치, 종교 권력에 비웃음과 조롱을 내뱉고,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를 뛰어넘는 혁명을 부르짖었던 사람이었죠."

한씨는 "예수에 다가갈수록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모순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교회를 비판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예수를 섬기면서도 예수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한국 교회의 모순을 다른 무엇도 아닌 '예수'를 통해 까발리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기독교 입장에서 불편하고 불온하게 여겨 질만 한 내용이 책에 다수 발견된다.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진다. "세계적인 팝 아이콘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보면서 그 노래에 악마 숭배를 조장한다며 공연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인들, 서울 봉은사에서 '땅 밟기 기도'를 하면서 사찰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하는 기독교인 사이에서 예수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대답은 이랬다.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언제나 소수자들 편에 섰던 예수는 교회의 이름으로 동성애자와 다른 종교를 괴롭히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교회의 문을 과감히 박차고 나와 핍박 받는 소수자들을 위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겠지요."

한씨는 사람들이 예수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자신의 이상을 위해 힘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다시 없는 희망의 아이콘입니다. 권력에 반기를 들면서 한편으론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과 함께하는 인간적이고 유쾌한 방랑자 예수가 더욱 주목되는 건 왜 일까요?"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