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빛을 꿈꾸던 곳이 흉물처럼 떠있다. 2009년 3월에 착공, 지난해 9월에 완공했지만 개장조차 못하고 있는 한강의 세빛둥둥섬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일부 공간이 문을 열었지만 임대계약을 맺은 업체가 보증금을 내지 못해 텅 비어있다. 10월 전면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운영업체가 없어 현재로선 연내 개장도 불투명하다.
반포대교 남단 1만㎡ 넓이 3개의 인공 섬으로 조성된 세빛둥둥섬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야심 차게 추진한 문화레저복합공간이다. 그러나 시장이 바뀌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전시용 토목공사란 비판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 특별감사 결과 절차상 문제, 불공정계약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요 재산을 취득하거나 매각할 때 시의회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총 투자비를 당초 662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2배나 올려주었고, 무상사용기간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해주었다. 독소조항인 서울시의 해지(解止) 지급금은 1,061억원으로 늘어났다. 사업자가 하천 준설비를 10배나 부풀리고, 주차장 수익 49억원은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도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런 불공정, 특혜성 계약과 절차상 하자를 바로잡고,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전 시장의 사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세빛둥둥섬 뿐만 아니라 함께 조성된 인근 시설들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로 자리잡고 있다. 하루빨리 새로운 시민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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