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부(부장 최복규)는 홍모(88)씨가 “40여년 전 맡겨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돌려달라”며 전 집주인 정모(83)씨를 상대로 낸 물건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홍씨는 1960년 이 전 대통령 하야 직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끌어내린 동상의 상반신 부분 등 동상 2점을 고물상에서 40여만원에 구입한 뒤,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서울 명륜동 정씨의 집에 맡겨두고 이사를 갔다. 홍씨는 1983년부터 동상을 돌려받고자 했으나 정씨가 “10년 이상 배타적으로 소유해 시효취득한 것”이라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소장이 전달되지 않자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지난해 11월 홍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씨가 “병원에서 지내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몰랐다”며 항소하면서 본격 심리는 항소심에서 이뤄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부탁으로 동상을 맡아서 대신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므로 애초부터 점유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점유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민법상 10년간 소유 의사를 지니고 평온·공연하게 동산을 점유한 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정씨의 경우 홍씨의 부탁으로 동상을 맡아준 것일 뿐, 처음부터 배타적 소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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