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득이네/권정생 지음ㆍ이철수 그림/창비ㆍ초등 고학년ㆍ280쪽ㆍ1만원
해방 직후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점득이네 가족들이 겪는 혼란과 전쟁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한 가족사를 통해 6.25 전쟁을 조명했다. <몽실언니> 와 단편 '강아지똥'을 쓴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소설로 5주기를 맞아 출판사 창비가 재출간했다. <몽실언니> <초가집이 있던 마을> 과 더불어 '권정생 6·25 소년소설 3부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22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초가집이> 몽실언니> 몽실언니>
"세상이 슬픈데 어찌 슬픈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있겠냐"는 지은이는 여섯살 때 소련 군인의 총탄에 맞아 죽은 아버지를 둔 점득이를 주인공으로 민족적 재앙을 겪으며 이 땅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서술한다. 전쟁 통에 순식간 한 마을이 초상집이 되어버리면서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비극을 겪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며 이웃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 속에서 또다른 희망이 움튼다.
점득이네는 고향에 돌아오면서 처음 만난 판순이 할머니와 이웃이 되어 정답게 지낸다. 두부장사로 생계를 꾸리는 어머니는 징용에 끌려간 아들과, 남편을 찾아 집을 떠난 후 소식이 끊긴 며느리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판순이 할머니에게 속 얘기를 터놓으며 의지한다. 괄괄한 성격의 판순이와 누나 점례와 함께 어울려 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도 잠시 인민군이 마을에 들이닥치고, 이어 국군이 뒤를 좇으며 마을은 폭격과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점득이는 폭격에 눈을 잃고 난장 통에 어머니와 판순이 할머니마저 죽는다. 아이들은 고아원에 맡겨지나 또 원장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와 움막에서 생활을 한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이들은 거리의 악사와 국밥집 주인으로 마주칠 수 있었지만 엇갈린다.
요즘 아이들에게 생소한 전쟁소설이지만 끈끈한 우정이 그 간극을 메울 만하다. 초판 삽화를 맡았던 판화가 이철수씨가 새로 목판화를 제작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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