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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집 잃은 개' 성자 아닌 인간 공자의 민낯

입력
2012.07.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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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개/리링 지음ㆍ김갑수 옮김/글항아리 발행ㆍ전2권ㆍ각권 3만원, 3만3000원

고문헌학을 전공한 리링(李零) 베이징대 중문학과 교수의 논어 주석서다. 지난 세월의 숱한 주석, 고고학적 연구, 현대의 해설을 바탕으로 논어를 한 글자, 한 글자 새롭게 풀이했다. 단순한 주해를 넘어 논어를 성찰의 텍스트로 삼은 고급 에세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충실한 고증과 치우치지 않은 해석, 인문학적 통찰의 깊이가 돋보인다. 2007년 중국에서 출간됐을 때 "주희(朱熹)의 논어집주를 뛰어 넘는 책"이라 상찬을 받았다.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다. '집 잃은 개(喪家狗)'란 공자를 지칭한다. 지은이가 만들어 낸 표현이 아니라 고독감에 젖은 공자가 스스로 한 말로 논어에 실려있다. 지은이가 이 제목을 고집한 탓에 책의 원고는 출간 전 몇몇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사회주의 혁명의 시절 공자는 타도 대상이었지만, 현재 자본주의 중국의 인민들은 다분히 복고적인 자긍의 소재로 공자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민낯을 보여줘 문화적 나르시시즘 혹은 쇼비니즘을 부수려는 것이, 그래서 이 책을 쓴 궁극적 의도로 읽힌다.

"나는 독자들에게 공자는 결코 성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역대 제왕들이 기려온 공자는 진정한 공자가 아니라 '인조 공자'일 뿐이다… 나는 차라리 공자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고 싶다. 공자는 성자가 아니라 사람이었을 뿐이며, 출신은 비천했지만 고대의 귀족(진정한 군자)으로서 입신의 표본이 된 사람이었다."(자서(自序)에서)

대단히 정밀하고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딱딱하지 않은 것은 지은이가 쉬운 언어로 논어를 해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선 후대에 의해 성인으로 금칠이 된 공자가 아니라,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숙명적 지식인 공자를 만날 수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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