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메타과학/장회익 지음/현암사 발행ㆍ416쪽ㆍ2만원
생명을 탐구하는 물리학자 장회익(74ㆍ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과학과 메타과학> 이 20여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과학이 무엇인지 되묻고 우주와 인간, 생명 간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한 일종의 과학철학서다. 장 교수는 "1991년 나온 초판은 논문 12편을 묶은 형태라 읽기가 쉽지 않았다. 독자들에게 그 점이 늘 미안해 개정판을 내게 됐다"고 했다. 내용의 3분의 1을 새롭게 추가했을 정도로 개정판에는 지난 20여 년간 깊어진 장 교수의 학문적 사유가 가득 담겨있다. 다음은 장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과학과>
-과학과 메타과학의 차이점이라면?
"과학이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면, 그것이 우주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는 게 메타과학이에요. 가령 과학은 원자력발전을 핵분열에서 발생한 에너지로 물을 끓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원자력발전이 인류 문명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인류가 원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성찰하게 하는 게 메타과학이에요."
-책에서 설명하는 '온생명'은 무엇인가요.
"사람은 공기, 물 없이 살지 못해요. 사람을 포함한 동식물 같은 '낱생명'에겐 공기와 물처럼 살 수 있게 돕는 '보생명'이 있어요. 낱생명과 보생명이 결합해 외부 도움 없이도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단위가 바로 '온생명'입니다. 태양-지구-인간으로 이어지는 태양계를 좁은 의미에서 하나의 온생명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이아이론과 비슷하게 들리는데.
"가이아이론은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지구를 살기 좋게 변화시켜왔다고 봐요. 생명 유지에 도움을 주는 기상현상, 대기순환도 '유사생명'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생명의 단위를 보는 관점이 달라요. 가이아이론에서 사람은 하나의 생명이지만 온생명론에서 사람은 생명 단위가 아니라 온생명 안에 있는 낱생명입니다."
-온생명적 관점에서 사람을 본다면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우리가 누군지 탐구하고 외부에 대한 궁금증도 하나 둘 풀어가고 있어요. 온생명이 몸 전체라면 사람은 중추신경계인 거죠. 우주가 태어난 지 40억년 만에 비로소 사람의 지적 활동을 통해 온생명이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 겁니다."
-인류는 온생명에 어떤 영향을 주나
"온생명은 수많은 낱생명과 보생명과의 관계 맺기로 이뤄져요. 그런데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류는 몸이 병드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자신만 위해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와 같습니다. 온생명의 건강을 해치죠. 온생명의 정신인 인류가 암적인 존재로 행동하는 게 안타까운 거죠."
-과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지금은 과학을 도구적인 지식으로만 쓰고 있어요. 학문이 세분화한 탓에 깊게는 봐도 넓게 바라보진 못 합니다. 문명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전체를 봐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거죠. 그래서 메타과학적인 시야가 필요한 겁니다."
-최근 힉스입자로 추정되는 새로운 입자가 발견됐다.
"힉스 입자는 우주의 출발, 그러니까 우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이론(표준모형)의 핵심개념이에요. 이 입자가 발견되면 우주를 설명하는 자연법칙을 완성하게 됩니다. 온생명론은 자연계의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엔트로피 법칙 등 여러 물리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물리 이론이 신뢰받으면, 온생명론 역시 탄탄한 기초를 다지게 됩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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