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민간 기상 업체들이 그 동안 내놓은 날씨 예보 결과를 평가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전날 삼성화재 방재연구소가 "올 여름 '매미' '루사'급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내놓으면서 벌어진 혼란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이와 관련 민간업체들은 "우리도 기상청이 틀렸던 예보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겠다"며 맞불을 놓을 기세여서 기상청과 민간 업체간 '날씨 예보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삼성화재 측 예보와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민간 업체들이 과거 했던 예보 내용을 분석해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상법에 보장된 민간 업체의 예보권을 제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의 예보 관련 '성적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줘 선정적이거나 잘못된 예보를 반복적으로 하는 업체의 운신의 폭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의 신뢰도 문제와도 관계되는 것이라 이런 상황을 가만두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또 민간업체가 기상청 자료를 인용할 때 배포 기준일을 밝히도록 하는 '예보 자료 유통 기한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 업체가 철 지난 기상청 자료를 인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혼선을 막기 위해서이다. 기상청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달 중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응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간기상 업체들은 "민간업체의 사기를 죽이고 손발을 묵겠다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민간 업체 관계자는 "민간 업체 예보를 사실상 막겠다는 것 아니냐"며 "우리도 마찬가지로 (기상청의) 부정확한 예보를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기상청과 달리 예보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며 "우리 예보가 부정확하다고 한다면 같이 한 번 검증을 해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날씨 예보가 허용된 것은 2009년 기상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당시에도 기상청과 민간 업체의 경쟁을 통해 보다 정확한 예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간업체에 예보 권한을 줄 경우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예보가 난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현재 국내에서 기상 예보 및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민간 기상업체는 8곳으로, 예보사 자격증을 갖춘 1명과 상근 직원 2명만 있으면 기상청장의 승인을 얻어 사업을 할 수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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