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이한구 원내대표가 12일 정 의원의 '탈당'과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당내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13일 이 문제를 논의할 의원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후폭풍이 새누리당 주위를 맴도는 형국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당사자인 정 의원이 스스로 검찰에 출두해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야 하며, 탈당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권 포기를 추진한다는 새누리당이 제 식구 감싸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며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 두 가지 안건이 결의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국민들에게 그나마 얼굴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의 법정 자진 출두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정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제 발로 (법정에) 나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길이 없다"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포기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부결이 방탄 국회로 오해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언론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마냥 방탄국회라고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언론의 고질병은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일단 문제부터 키워 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쇄신파 측 한 의원도 "이 원내대표가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무조건 여론만 의식해 동료 의원에게 탈당하라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자칫 총사퇴를 선언한 원내지도부와 쇄신파 의원들 간에 정면 충돌이 벌어지면서 대선을 앞두고 당 전체가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찬반 양론이 맞부딪칠 13일 의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쇄신파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평소엔'불체포 특권 포기'를 앞장서 주장하던 남경필 김용태 의원 등이 자신들의 문제가 되자 거꾸로 부결에 앞장선 것은 어떤 논리도도 설명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함께 겨냥했다. 그는 "박 원내대표도 국회를 망신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똑 같이 느끼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수 가세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의총에선 이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 등 거취도 논의될 전망이다. "가까스로 정상화된 국회의 공전을 막으려면 이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사퇴 번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형사고가 났는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번 부결 사태는 거짓말로 때우고 사기꾼처럼 행동하던 정치권 행태가 재발한 것이므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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