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새 주인이 된 하나금융지주로부터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받은 지 5개월여가 됐지만,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합의문의 핵심인 독립경영의 해석을 두고 입장 차가 매우 크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12일 "하나금융이 우리 노조와 합의한 독립경영 보장 사항을 위반하고, 자꾸 경영간섭을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2월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면서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명칭을 유지하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며 편입 5년 뒤 대등합병 원칙에 의해 합병을 협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독립법인으로 유지되는 기간 동안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노사관계와 재무, 인사 등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약속을 깨는 일이 다반사라는 게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이 경영 간섭 사례로 꼽은 것은 외환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최종 승인을 하나금융이 자회사인 하나다올신탁을 통해 받으라고 한 것과 상반기 외환은행 신입직원을 지주 내 다른 자회사 새내기와 섞어 교육시키려고 했다는 것 등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측은 "독립경영은 하나은행으로부터 독립된 '투 뱅크' 체제를 일컫는 말이지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인 금융지주조차 외환은행 경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2월 합의 당시 외환은행 노조가 함께 협의해놓고 이제 와서 간섭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가령 투 뱅크 취지에 맞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교차 발령은 하지 않겠지만, 외환은행 직원과 하나금융 직원 간 교류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또 "과거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등 인수 때와 비교하면 지금 외환은행을 굉장히 배려하고 있는데, 기업의 가치를 함께 올리자는 차원의 일들을 마치 외환은행을 옥죄려고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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