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북송 문제와 북한 인권 실태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면서 대안을 모색해 온 박선영(동국대 법대 교수) 전 선진통일당 의원이 탈북 자녀ㆍ고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9월 경기 여주에 연다. 탈북 자녀를 위한 학교는 더러 있지만, 탈북 고아까지 수용하게 될 대안학교 개교는 처음이다.
탈북자 지원 자선단체인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 전 의원은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물망초'의 첫 사업으로 탈북 자녀ㆍ고아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를 설립키로 했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은 '물망초 학교'로 정해졌다. 여주에 있는 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학교로 꾸밀 예정이다. 초등학생부터 25세까지 입학이 가능하며 정원은 30명 선이다.
그는 "현재 다른 곳에서 운영중인 탈북자 학교와는 달리 학업뿐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물망초 학교'의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의원 시절부터 탈북자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활동을 벌여온 그는 5월 '물망초'를 발족시키면서 대안학교 설립을 본격 추진했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빠른 시간에 정착하는데 교육 만큼 필요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300여명의 물망초 회원들도 이런 취지에 선뜻 공감했다. 회원 중엔 사회지도층도 적지 않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유재천 상지대 총장, 이남주 한국외국어대 이사장 등이 물망초 활동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안학교 설립에 필요한 돈이었다. 개교를 위해선 7억원 정도 필요했지만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다. 일단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주머니를 털어 4억원을 마련함으로써 '물망초 학교' 개교 토대가 구축됐다. 나머지 돈은 각계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박 전 의원은 탈북 자녀 교육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탈북 자녀와 탈북 고아 중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쓸 줄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 하다"며 "북한의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증거인데,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건립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물망초 학교'를 학생과 교사 1대 1 맞춤교육으로 운영할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국군포로 요양원도 추진
탈북자 지원에 대한 그의 활동은 대안학교 설립에 멈출 것 같지 않다. 다른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물망초 학교'가 문을 여는 대로 탈북 대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영어연수 지원사업을 하고, 탈북 국군포로를 위한 요양원 건립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박 전 의원은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면서 겪는 고충도 많다고 했다. 그의 활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시선도 여전하다고 했다.
"탈북자들을 돕자고 하면 여전히 색안경 끼고 정치적 이데올로기 문제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탈북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주민번호를 갖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100% 대한민국 국민이지요. 탈북자가 아니라 우리 국민을 도와주는 일로 봐야 합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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