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김희중(44)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는 최측근이자 충성파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997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15년 간 이 대통령의 곁을 지킨 터라 정치권에서는 '영원한 비서관' '순도 100% 충성파'에 '순장조'로까지로 통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김 실장은 1997년 15대 국회 당시 이명박 의원의 6급 보좌관으로 채용되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15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도 개인비서로 일하며 동고동락했다. 이 대통령이 1998년 미국 워싱턴으로 연수를 떠난 뒤에는 서울에서 그의 비서직을 유지했고, 2002년 이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에는 의전비서관으로 4년 간 일했다.
그는 이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 시절 일정담당 팀장을 거쳐 취임 직후 제1부속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간된 영문 자서전 'The Uncharted Path'(한국명 '신화는 없다') 서문에 김 실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표할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보였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청와대의 각종 보고서류와 내부 일정을 관리하며 대통령을 근접 보좌하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다. 누구든 제1부속실장을 통해야만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서 근무하며 대통령의 심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휴가에도 동행하는 등 비공식 일정을 챙기는 것도 부속실장의 몫이다.
이 자리는 그만큼 일 처리를 부탁하거나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직책이라 권력형 비리에 노출되기도 쉽다. 김영삼 정부 당시 장학로 제1부속실장은 기업인,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부터 2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장 실장 재직 당시 청와대 주변에서는 "장 실장이 중소기업인들에게 접대를 받느라 하루에 점심 약속을 두번, 세번씩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도 장 실장을 "학로야"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노무현 정부 때는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청주 나이트클럽 술자리 사건'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살인 교사,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나이트클럽 소유주에게 향응을 받은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정권 초기에 터진 양길승 부속실장의 비리는 도덕성을 앞세운 참여정부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줬다.
이번 저축은행 수사에서 김 실장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퇴출 저지 로비를 받은 혐의가 확인될 경우에도 파문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각별히 신임하는 수족 같은 참모가 사법처리된다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데 이어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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