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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증권사, 보험상품 판매에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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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증권사, 보험상품 판매에 팔 걷었다

입력
2012.07.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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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김모씨는 부동산 임대사업으로 거부가 됐다. 하지만 집값은 떨어지고 자녀들에게 상속할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시름이 늘었다. 그는 최근 "절세도 하고 부동산 임대료처럼 매달 현금이 나오는 상품이 있다"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말에 솔깃했다. 김씨가 "돈 까먹고 맘 상하는 펀드는 싫다"고 고개를 흔들자 PB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PB가 추천한 건 보험상품인 즉시연금이었던 것. 김씨는 추가 설명을 들은 뒤 20억원을 즉시연금에 넣었다.

주로 고객들에게 유망종목을 골라주고 각종 펀드상품을 권유해오던 증권사들이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러온 글로벌 경기침체 탓에 주식거래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세계 증시 전체가 죽을 쓰는 바람에 해외펀드마저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 주수익원인 각종 수수료 수입이 줄면서 서머랠리(Summer rally)는커녕 겨울 찬바람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실제 올 초 10조원에 육박하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반 토막(4조원대)이 났다.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대금은 1년도 안돼 35%나 급감했다. 펀드 신규계좌 수는 증권사마다 20% 안팎이 줄어 매달 들어오는 돈이 절반으로 쪼그라들거나 많게는 60%까지 떨어졌다.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과 투자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올 들어 유독 판매실적이 좋은 상품이 있으니 바로 방카슈랑스, 즉 보험상품이다. "증권사에서 웬 보험이냐"라고 할 법하지만 사실 2003년 국내에 도입된 방카슈랑스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저축은행, 카드사 등도 보험을 팔 수 있다. 방카슈랑스가 은행과 보험을 합성한 프랑스어인데다 은행의 방카슈랑스 비중이 95%이상(2011년 기준)이라 그간 증권사 등이 일반의 인식에 자리잡지 못했을 뿐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시장이 활황일 때는 굳이 은행과 경쟁이 안 되는 방카슈랑스에 집중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첫 보험료 기준)은 올 들어 6월말까지 2,884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전체 실적(1,106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동안의 실적이 지난 한해 실적을 넘어섰고, 미래에셋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1년간 할 장사를 반년 만에 거의 해치웠다.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부진한 펀드 판매실적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과다.

그간 방카슈랑스에 소극적이던 증권사들도 속속 나서고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해 7월부터 보험상품을 팔아 1년 만에 업계 2위로 치고 올라오는가 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대우증권은 압도적인 고객숫자를 발판으로 6월 현재 업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엔 하나HSBC생명이 한화증권과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상품 판매에 나섰다.

따지고 보면 증권사에서 파는 보험상품은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보험설계사를 통하지 않으니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전체적인 자산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니 균형 있는 종합컨설팅이 가능하다. 더구나 거액 현금자산가 고객이 많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세제혜택이 있는 보험상품(즉시연금, 저축보험)이 안성맞춤이다. 특히 올해 총선 전 정치권이 증세 움직임을 보이자, 증권사의 절세목적용 방카슈랑스 판매실적이 급증한 걸 감안하면 연말 대선까지 인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은퇴시장 선점에 안간힘을 쏟는 증권사들로선 안정적인 보험상품을 포트폴리오로 갖출 필요도 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가 증권사들의 든든한 돈줄이 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액자산가 위주라 대중성이 떨어지고 소형증권사는 사실상 시장진입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삼성증권 보험고객의 77%는 예탁자산 1억원 이상, 평균자산은 21억원이다. 관련 자격증을 딴 판매인력의 제한으로 적극적인 판매도 쉽지 않다. 경쟁심화로 불완전판매를 불러올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도 엇갈린다. A증권사 관계자는 "전체 수익 중 보험 비중은 1%도 안돼 아직은 구색 맞추기나 틈새시장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B증권사 관계사는 "거액자산가와 관계를 맺는 거라 추가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영업적으로도 가능성과 가치가 높은 분야"라고 했다. 증권사의 방카슈랑스가 반짝 인기에 그칠지, 안정적인 먹거리가 될지를 더 두고 봐야 하는 이유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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