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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행복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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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행복의 정치학

입력
2012.07.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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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행복은 윤리학과 정치학에서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을 거론하지 않아도 행복에 대한 담론은 고전에서부터 최신 베스트셀러에까지 항상 근원적인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18대 대선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 뜨거운 감자를 출사표로 던졌다. 그는'5,000만 국민행복플랜'을 위해 경제적 민주화를 달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한국형 복지국가를 세운다는'국민행복 청사진'을 제시했다.

과거 국가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이란 신념으로 채워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랫말에 심취돼 경제개발만이 개인 행복을 위한 절대의 선으로 인식됐다. 경제가 산다면 무엇이든 희생할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이 개개인에게 강요됐다. 물론 시대를 거치며 얻은 성장의 과실은 부인할 수 없다. 물질적 삶의 질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높아졌다. 그러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고착된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패러다임은 대다수 국민에게 행복감 보다는 절망과 박탈감, 정신적 피폐함을 더 안겨줬다. 사람보다는 돈이 우선시 됐다. 인간적 협력관계로 형성돼 온 끈끈한 공동체 의식은 도시ㆍ산업화 속에서 실종됐다. 사회와 정부에 대한 신뢰감은 오히려 배신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34개국 가운데 32위로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OECD가 측정한 행복지수 순위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36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의 출산율. 전체 노인의 45%가 빈곤에 시달리고, 빈곤아동은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상시 해고위험에 가슴 졸이는 저임금 비정규직은 전체 인구의 50%에 달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 시대에 국민이 느끼는 행복은 총체적 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의 번영이 개인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고, 국민 최대 다수가 최대로 행복해지는 '더불어 사는 삶'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사회의 1%를'왕따'시켜서라도, 99%가 행복과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반전을 위한 새 게임의 룰을 만들자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선 출마자 전원이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저마다 사회적 경제를 대안으로 국민형 복지를 제시하려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주 말 서울광장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는 유엔이 지정한 '협동조합의 날'(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맞아 협동조합도시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책임,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 지역ㆍ분야별로 활성화되면 사회 안전망에 편입되는 계층의 폭이 넓어져 소득분배가 개선된다. 시장에서 소외된 경제주체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효과도 크다. 보사연에 따르면 전 세계 협동조합은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고도 일반기업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세계 3대통신사인 AP통신을 비롯 스페인 프로축구팀인 FC바르셀로나와 포도주스 제조사 웰치스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외국에선 이미 보편화됐다.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우리사회에서도 마음에 맞는 5인만 모이면 모든 사업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진다. 퇴직자들의 동네 빵가게에서부터 대학생들의 연극동아리, 아파트 노인택배사업 등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잇따를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 불었던 욕망의 벤처열풍과는 달리 서민의 꿈과 희망을 실현해 가는 다양한 사회연대와 결집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근혜의 5,000만 국민행복 플랜에는 자조와 자기책임이 생명인 협동조합에 대한 그림이 빠져있다. 야당이 이를 정치적 이슈로 선점했다 해도 협동조합은 양극화 해소와 한국형 복지를 위해선 빼 놓을 수 없는 경제민주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복지 수준과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 대타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다수의 사회 주체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자발적 의지를 진정성 있게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장학만 사회부 차장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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