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향해 쓴 말을 쏟아내고 중국이 이에 맞서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양국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1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 주변의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은 외교로 분쟁을 해결해야 하며 강압과 협박, 위협, 무력을 동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의 이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앞서 9일 몽골에서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지속적 경제성장도 없다"며 중국을 비판했고 일본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국유화 방침과 관련, 센카쿠 열도가 공격 받으면 미일안보조약 제5조에 따라 공동대처할 것이라고 확인해 중국을 자극했다.
이에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클린턴 장관의 중국 주변국 순방이 아시아 지역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통신은 "클린턴 장관은 순방에서 베트남을 미국의 앞잡이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라오스 등 중국 주변 국가들을 찾는 것도 결국은 중국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역량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진 만큼 중국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민(人民)일보도 논평을 통해 "누가 미국에게 아시아 민주주의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권리를 줬느냐"며 "미국은 결코 아시아나 세계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평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구(環球)시보는 평론에서 "미국이 아시아의 중소국에게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제압하는 전략을 쓰도록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군이 주적을 미국으로 상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이날 중국군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동해함대의 주적은 대만이었으나 최근 미국과 일본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동해함대가 사이판_괌_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봉쇄선을 구축, 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연계를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동중국해 실탄 훈련이 사실상 댜오위다오 상륙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처럼 양국이 사사건건 부딪히며 아시아 지역의 긴장감은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과 지도부 교체를 앞둔 양국의 정치 일정이 타협점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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