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속속 드러나는 대법관 후보들의 불ㆍ탈법 전력이나 적절치 못한 과거 언행 등은 크게 실망스럽다. 위장전입 수준의 탈법은 거의 모든 후보들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 우리사회에 과연 청정한 공직자 자원이 남아있기나 한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싶을 정도다. 후보들마다 흠결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판결 성향이나 공정성 검증,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 등 정작 대법관의 자질을 판단할만한 본안(本案)들은 별로 논의할 여지도 없었거니와 관심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다.
4명 후보자들 중에서도 김병화 후보자의 문제는 두드러지게 심각하다. 위장전입 2건에 다운계약서 작성 3건, 세금탈루만 해도 입이 벌어질 만한 불ㆍ탈법 행위다. "젊은 시절 집을 빨리 마련하겠다는 의욕으로" "관행이어서" 등의 해명은 한두 건 정도라면, 또는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납득할 수도 있다는 이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로서, 더욱이 최종 법의 판단자인 대법관 자격으로서는 결코 아니다. 이 정도의 마비된 법의식으로 어떻게 법을 다루는 검찰의 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그것부터 기가 막힌 일이다.
거기에 더해 아들의 병역과 인사청탁 등과 관련한 의혹들도 제기됐지만 더 경악할만한 것은 저축은행 비리와의 관련이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수사 무마를 위해 김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브로커에게 로비용으로 2,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도 적시돼있다. 본인은 수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평소 처신을 능히 짐작케 할만한 정황이다. 이미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 불채택 입장을 정했지만 새누리당도 그를 보호할 명분이 없다. 이 정도 상황이면 김 후보자 스스로 당장 거취를 결단하는 것이 맞다.
나아가 짧은 청문기간에 이토록 많은 흠결이 드러나는 김 후보자를 버젓이 검찰 몫 대법관으로 추천한 법무부부터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인사 때마다 번번이 뚫린 구멍 때문에 그토록 지탄을 받고도 여전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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