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라카스텔라나대로에서 11일 헬멧을 쓴 광부들이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에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대는 순식간에 수만명으로 불어났다. 일부 광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광부 셀레스티노 두란은 "탄광이 문을 닫으면 지역 공동체가 사라진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를 지지하기 때문에 뭔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이날 행진한 광부 240여명은 마드리드까지 먼 거리를 걸어서 왔다. 지난달 20일께 스페인 북부 미에레스, 레온, 테루엘 등지에서 출발한 이들은 3주간 450여㎞를 걸었다. 이들은 행진에 앞서 지난달 18일 총파업을 하면서 도로와 철로를 막고 사제로켓을 동원해 경찰과 맞섰다. 하지만 성과가 없자 자신들의 뜻을 알리겠다며 수도 마드리드를 향한 도보 행진에 나섰다. 20년 경력의 광부 호세 마누엘(49)은 "아버지도 광부였고 아들 둘도 광부인데 탄광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마드리드까지 행진하며 우리의 사정을 알리는 것을 마지막 희망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부들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정부의 보조금 삭감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유럽연합(EU)과 합의한 긴축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년까지 탄광 보조금을 63% 깎아야 한다. 광부들은 정부가 2013년까지 보조금을 10% 줄이겠다는 이전 합의를 깼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을 삭감하면 3만명의 광부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광부들이 11일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의회에서 정책 설명을 하는 것에 맞춰 마드리드 시내를 행진했지만 라호이 총리는 오히려 더 강력한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부가가치세를 18%에서 21%로 올리고 지출을 줄여 2년 반 동안 650억유로를 긴축하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성난 유권자와 불안해하는 유럽 국가 사이에서 라호이 총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소 76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폭음탄을 쏘고 돌을 던졌으며 경찰은 고무 총탄을 발사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