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7년 대선 당시 BBK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경준(46ㆍ구속)씨의 기획입국설과 관련한 '가짜 편지'는 정치적 배후 없이 작성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문제의 편지도 대필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조작된 가짜 편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가짜편지를 작성했다고 자처했던 신명(51)씨, 편지를 실제 작성한 것으로 밝혀진 양승덕(59)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 가짜편지를 근거로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홍준표(55)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의 6건의 맞고소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하거나 고소를 각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동안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이 사건에 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면죄부 수사"라며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12일 "편지 작성은 양승덕 행정실장의 단독기획 사건으로,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지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편지는 신명씨가 김경준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수감 동료였던 형 신경화(54)씨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평소 따르던 양씨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양씨로부터 '김경준이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전달받은 후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대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양씨가 편지를 작성한 배경에 대해 "신명씨의 부탁으로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인사들을 만나 신경화씨에 대한 무료변론 각서 등을 받게 되자 이를 한나라당에 알려 공을 세우기로 마음먹고 편지 작성을 기획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편지 작성의 배후에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 신기옥씨 등이 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신명씨는 "배후가 없다는 검찰의 결론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배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결과 신명씨가 작성한 편지는 양 실장을 통해 김병진 두원공대 총장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거쳐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달됐다. 당시 편지에 포함된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 때문에 김씨가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을 것이라는 기획입국설이 불거졌지만, 편지가 가짜라는 신명씨의 주장이 나오자 역으로 MB캠프가 편지 작성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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