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 민자역사개발사업에서 117억원, 광주 남구 봉선동 아파트개발사업에서 124억원. 이런 식의 부동산투자로 지난 한해 날려버린 문예진흥기금이 240억원이 넘는다. 주식형 펀드에도 투자했다 10.6% 손해를 봤다. 관광진흥개발기금도 GB캄보디아사모부동산신탁에 40억원을 투자했다가 32억원을 날렸고, 국민체육진흥기금도 해외주식형펀드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20.8%의 손실을 입었다.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 관리하는 기금들이다.
투자 절차와 행태가 기초적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먹구구식이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에 도박하듯 위험 1등급 상품에 투자했다. 일반인도 경계하는 ‘몰빵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64곳의 기금 중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한 문예진흥기금의 경우 부동산에 90% 이상을 투자해 국내에서 33.7%, 해외에서 11.2%를 까먹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공단이사장이 멋대로 투자를 결정했고, 문예진흥기금과 관광기금의 투자 역시 자산운용위원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
투자를 둘러싼 부정도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문예기금과 관광기금 담당공무원들이 브로커에게 뇌물을 받고 투자를 결정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러니 제대로 된 투자가 될 리가 없다. 자체 자금운용 관련 전문가나 조직이 없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애초 욕심을 낸 위험한 투자는 하지 말았어야 옳다. 기관평가에서 수익성을 중시한 정부 역시 이를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른 기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부출연금과 카지노사업자 납부금으로 마련한 문화예술기금과 관광기금은 특히 한 푼이 소중하다. 아직도 생계조차 어려운 많은 문화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 확대와 열악한 관광인프라 개선 등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돈을 엉터리 투자로 일년에 몇 백억 원씩 날려버렸다니 어이가 없다. 기금 부족 타령에 앞서 있는 것부터 알뜰히 관리해야 한다. 문화와 예술, 체육과 관광을 위한 기금까지 투기자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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