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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도 걸그룹 등장… 문화 개방 시동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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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도 걸그룹 등장… 문화 개방 시동거나

입력
2012.07.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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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서 국내 걸그룹 콘서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격적인 의상과 무대 연출을 선보인 여성악단 공연이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기획 지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신생 모란봉악단은 6일 평양에서 열린 첫 시범공연에서 그간 북한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를 두고 북한 내부의 문화 개방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공연에서 20대 초ㆍ중반으로 보이는 10여명의 여성 단원들은 가슴선이 노출된 드레스나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미니 원피스를 입고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공연에는 불꽃 놀이를 배경으로 한 현란한 레이저 조명이 동원됐으며 10cm가 족히 넘어 보이는 '킬힐' 구두를 신은 여성 가수들이 무선 마이크를 들고 독자적으로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는가 하면 드럼 연주자가 흥에 겨워 몸을 흔드는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공연 말미에는 북한이 그간 '미제의 상징'이라고 배격해 온 백설공주와 미키마우스 등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캐릭터도 등장했다. 연출 방법이나 공연 내용 모두 남측의 유명 걸그룹 콘서트와 거의 다를 바 없었다.

북한은 그간 대외적으로는 아리랑 공연 등 영도자를 미화하는 집단주의 형식의 체조를 선보인 반면 개성과 자율성이 강조되는 대중문화는 '자본주의식 문화'라며 배격해왔다. 이런 점에서 북한 당국이 이 같은 파격적인 공연을 기획 연출하면서 대내외적으로 크게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 언론 매체는 이 공연을 보도하면서 "지난 시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공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김 1위원장은 "다른 나라의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주체적 입장에서 우리의 음악 예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이 같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의 공연이 이뤄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를 스위스에서 보낸 김 1위원장이 자신의 문화관과는 동떨어진 북한의 폐쇄적인 대중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여기엔 문화적 변화를 통해 자신의 지도자 이미지를 보다 새롭게 각인시키려는 김 1위원장의 정치적 계산도 들어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연에 파격적인 장면이 많이 포함됐다고 해서 이를 북한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로 연결 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도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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