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경기 연천군 임진강 근처에선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수 명의 유족들이 전날 사망한 여성의 화장한 유골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동생의 뼛가루를 강에 뿌리는 언니의 얼굴에서 슬픈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죽은 동생은 언니에게 큰 선물을 안기고 떠났다. 몇 달 전 수령인을 언니로 해 놓은 34억원 가량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 의심한 S보험 측은 경찰에 이 사실을 제보했다. 경찰은 언니의 행적을 쫓았다. 경찰은 언니가 서울의 한 공중전화에서 "곧 보험금이 나올 것 같으니 광주에서 잘 숨어 있어야 한다"고 누군가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 광주의 한 아파트를 급습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은 버젓이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서울경찰청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을 살해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살인 등)로 무속인 안모(44)씨와 공범인 언니, 보험설계사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안씨의 범행을 도운 남동생과 지인 2명,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50대로 추정되는 여성 노숙인에게 수면제를 탄 한약을 먹여 살해하고 자신이 숨진 것처럼 서류를 꾸며 미리 들어둔 34억여원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다. 경찰관계자는 "안씨가 영등포역 주변 공원에서 지내는 노숙인 중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피해자를 물색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수면제를 탄 약을 먹여 사망케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의 언니는 다음날 이 시신으로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고 장례식도 치르지 않은 채 시신을 바로 화장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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