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정치권의 '의원 특권 포기' 약속이 헛구호였다는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촉발시킨 새누리당에 대해선 '제 식구 감싸기' 구태를 반복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컸다.이와 함께 상당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야당을 비판하는 양비론도 적지 않았다.
야권은 이날 "새누리당이 국민을 배신했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대여 공세를 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앞세워 선전한 국회 개혁이 말잔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을 장악한 마당에 이런 표결이 나온 것은 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표결 처리 한 시간 만에 원내지도부 총사퇴 결정이 나온 것을 보면 일련의 시나리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등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국회 의사 일정이 마비되게 생겼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원칙 없는 방탄국회 거부 등을 천명하며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새누리당이 막상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와 인터넷 공간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불체포특권 오남용 전례를 극복해야 한다'는 선언까지 한 마당에 결국 자기 편 지키기로 귀결된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민호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의원 특권을 없애겠다고 한 당이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대선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에선 "새누리당의 특권 포기는 말뿐이란 것을 인증한 셈"이라는 비판과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74명에 불과하므로 민주당도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판하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 지도부는 국회 개혁 차원에서 의원 특권포기를 밀어붙이면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는 '읍참마속'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날 표결로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이 강조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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