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치적 민주주의 수준이 100이라면 재정 민주주의는 그 절반이나 될까요?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요즘 유행하던데 제 책으로 '재정민주화'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1988년 입법고시(8회)로 국회 사무처에 발을 들인 뒤 24년 동안 국회 사무처, 예산정책처 등을 거치며 기획예산담당관, 상임위 입법조사관, 정무위와 예결위 전문위원 등을 지낸 김춘순(50) 예산분석실장이 <국가재정: 이론과 실제>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각 부처에서 올라온 한해 예산을 일일이 분석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재정 이론과 실무 경험을 시각물과 각종 데이터를 곁들여 기술했다. 국가재정:>
그는 "325조가 넘는 한해 국가재정이 어떻게 편성돼 확정되고 집행되는지 등을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며 "공무원들은 물론 관련 학생들과 수험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책은 2009년 예결위 전문위원 시절 51개 부처에서 올라오는 8,800여개의 사업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사업ㆍ제도별로 메모한 대학노트가 계기가 됐다.
"비지땀을 흘리며 고시생으로 되돌아가 일을 했지요.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를 두고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와 소주를 한잔해도 할 얘기가 넘치는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한국에 그가 모르는 예산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책 어느 한곳 정성이 안 들어간 곳이 없지만 눈에 띄는 곳은 재정민주주의를 언급한 뒷부분이다. 재정민주주의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꾸려지는 나라살림인 만큼 예산 집행에 있어서도 국민의 뜻이 최대한 반영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민주주의는 정치의 그것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감액만 할 수 있지,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명색이 국민의 대표들인데 공무원에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책이 주목 받는 이유 중의 하나도 사실상 처음으로 '정부 중심의 기술'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제3의 입장에서 재정을 들여다보는데 요긴할 것"이라고 했다.
'재정민주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김 실장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사업의 내용을 국민이 구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숫자만 가득한 정부 예산안에 공식문서로 예산사업내역서가 포함돼야 합니다. 정부가 아무렇게나 지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선 조세법률(세금 걷을 때 적용하는 법)처럼 예산법률도 만들어져야죠."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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