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이로써 정 의원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는 불구속 수사만 가능해졌고, 비록 도주 우려는 낮다지만 증거 인멸을 원천 차단할 수 없게 돼 검찰 수사가 허술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즉각 총사퇴하고, 여야의 상호 비난전이 불붙는 등 그 여파가 만만찮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동안 여야가 앞을 다투었던 국회 쇄신, 특히 '의원 특권' 폐지 다짐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나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실망과 비난을 피할 길 없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은 즉각 새누리당의 국민 배신과 거짓말을 질타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과 비교하면 언뜻 남의 식구는 내치고 제 식구는 감쌌다는 지적이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민주당 또한 결코 벗어나기 어렵다.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찬성 74, 반대 156, 기권 31,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찬성 148, 반대 93, 기권 22, 무효 8표로 가결된 것과는 판이하다. 그러나 정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 74표를 모두 민주당이 던졌다고 해도 반대와 기권, 무효 등 197표는 많은 야당 의원의 동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미 법원의 1차 판단을 거친 박 의원과 검찰 수사 단계인 정 의원의 혐의가 명확성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거나, 기본적 의원 자격을 따지는 선거 사범과 다른 비리 의혹에 대한 저항감이 적어도 동료의원들로서는 다를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은 군색하다. 그보다는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사전 방탄용'이기 십상이다. 같은 날 민주당이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공작'이라고 규탄하며 대책위원회 구성 등 대대적 공세에 나선 것도 공교롭다.
여야가 서로 다른 속셈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로만 쇄신을 떠든들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그것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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