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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문화 쉼터 '서대문아트홀' 문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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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문화 쉼터 '서대문아트홀' 문 닫아

입력
2012.07.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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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부터 매주 한번씩 찾았던 곳인데…. 이제 ‘추억을 파는 극장’도 사라지네요.”

1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아트홀. 이날은 서울의 유일한 단관극장이자 55세 이상 노인들에게 단돈 2,000원을 받고 고전 영화를 상영했던 ‘실버영화관’이 문을 닫는 날이었다. 마지막 영화 ‘자전거 도둑’을 보기 위해 서대문아트홀을 찾은 정인장(70)씨는 노인전용 영화관의 폐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씨는 “많은 돈 안들이고,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었던 곳이었다. 집사람과도 함께 오고, 동네 사람들 데리고 단체로 왔던 곳인데 노인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진다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요즘 영화관은 젊은 사람들 뿐이라 가기 꺼려지고, 요즘 영화는 너무 빠르고 시끄러워 옛날 영화를 자주 보게 된다”는 게 정씨의 이야기. 기억력이 떨어져 금방 까먹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 ‘십계’, ‘벤허’ 같은 영화는 정씨에겐 몇번이고 다시봐도 좋은 명작이다.

1963년 화양극장으로 문을 열어 1980년대 최고의 상영관으로 인기를 끌었던 극장은 1998년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꿔 시사회 전용관으로 명맥을 유지하다 2000년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9년 서대문아트홀로 다시 이름을 바꾼 뒤 이듬해엔 노인전용극장인 ‘청춘극장’으로 변신했지만 지난해 8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극장은 헐리고 새롭게 관광호텔이 지어질 예정이다.

서대문아트홀의 김은주(38) 대표는 이날 “1만 명의 어르신들이 극장을 지켜달라며 서명해 주셨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죄의 뜻으로 삭발을 하기도 했다.

화양극장 시절인 1985년부터 27년간 영사기를 돌렸던 이길웅(72) 영사실장은 “정들었던 영사기도 이삿짐이 돼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다”며 “이제 할 일이 없어 당분간 쉴 계획이지만 내일만큼은 옮겨지는 영사기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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