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의 고위 사령관이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전염병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지난해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탈레반 고위 사령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70%는 알 카에다에 화가 나 있다"며 "알 카에다를 하늘이 우리에게 보낸 전염병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솔직히 말하면 빈 라덴이 죽었을 때 안도했다"며 "빈 라덴은 아프간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운 무장 정치조직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오랜 내전을 종식하고 1996년 집권했다. 그러나 아프간이 2001년 9ㆍ11 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의 본거지로 지목돼 미국의 침공을 받은 뒤 탈레반은 정권을 잃었으며 이후 끈질긴 반미 투쟁을 하고 있다.
탈레반 사령관 인터뷰는 영국 시사주간 뉴스테이츠맨에 게재됐다. 마울비로 표기된 이 사령관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 탈레반의 베테랑 전사로 알려졌다. 마울비는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아프간 전쟁 승리를 회의적으로 보았다. 그는 "수도 카불을 장악하려는 탈레반 지도자는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탈레반 지도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울비는 또 "국가를 장악할 힘이 없다면 국가 내에서 정당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표현한 뒤 "실제 힘은 미국에 있기 때문에 그와는 대화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과의 대화는 계속할 뜻을 밝혔다. 그는 "세상이 탈레반을 거칠고 국제 규칙에 무지하며 정부 구성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묘사해왔다"며 그러나 "탈레반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며 누가 평화의 장애인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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